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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과 생각의 찌끄레기들~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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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바빴던 오늘 아침, 멀리 사는 언니로부터 급히 전화가 왔다.
"한 5분 정도 통화 가능해?"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무슨 일인데? 무슨 일 있어?"
"어린이집에서 정말 말도 안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어서 너랑 의논 좀 하려구~"

얘기인즉슨,
7살짜리 조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어제 단체로 키즈카페를 다녀왔단다. 
문제는, 그 키즈카페에서 지문을 통한 적성검사를 했다는 것이다
아이가 가져온 알림장에는 지문 적성검사의 결과지와, 좀더 자세한 내용을 상담하고 싶은 부모들은 연락하라는 내용의 알림이 있었단다.

사전에 전혀 공지없이 키즈카페에 가서 아이들의 지문을 찍어댄 것에
언니는 참을 수 없이 화가 나, 어린이집 담임을 찾아가 항의했지만,
이 문제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돼서 나에게 연락해온 것이었다.

지문을 찍는다는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냥 아이들이 미술시간에 곧잘 하는 손도장 찍기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지문은 개인이 가진 고유한 것인만큼, 그 자체로 가장 핵심적인 개인정보 중의 하나이다.

오죽하면 지난 1999년 새주민등록제도가 도입되면서
국가가 개인의 지문정보를 취득하는 것과 관련해 인권과 프라이버시 침해논란이 크게 일었겠는가.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발이 엄청났었고,
헌법소원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90년대 초반에 일본정부가 재일한국인들의 지문날인을 받겠다 하여
이에 대해 재일한국인들이 일본정부의 부당한 처사에 맞서 싸움을 벌였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재일한국인들의 싸움에 지지와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로 지문정보를 국가가 모조리 갖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한다.
외국에서도 지문정보는 범죄자들에게나 찍게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지문채취와 보관, 활용에 있어서는
개인의 동의와 함께 법률에 근거해야한다고 헌재가 판결했다고 한다. 

그런데, 국가가 보관하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되는 
지문정보를 키즈카페가 채취, 보관,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보관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이렇게 근거없이 채취, 활용하는데 보관이라도 못할 것 없다는 의심이 드는게 사실이다.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못할 것도 없지 않나.

언니한테는 어린이집을 통해 키즈카페로부터 지문정보를 삭제하였음을 공식 확인하는 공문을 받으라고 조언했지만, 그걸로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어린이집 한 곳이 키즈카페에 단체견학 다녀오면
적어도 30~40여명의 주민등록번호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셈이다.
이건 단순히 한두군데의 어린이집 문제가 아니다.

키즈카페에서 '유전자 지문적성검사'라는 것을 지금처럼 계속 하는 이상
우리 아이들의 주민등록번호 그 이상의 개인정보가
아무런 보호장치없이 무차별적으로 떠다니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민감성이 많이 떨어진다.
어린이집 담임과 원장은, "아이들의 주민등록번호 이상의 정보를 유출한 것이다"라는 언니의 항의를 듣고난 후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며 급히 사과했다고 한다.

키즈카페가 고의로 지문과 같은 핵심 개인정보를 채취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고의성 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모르고 하는 것이 범죄로 변할 수도, 혹은 범죄에 노출시키는 방관의 역할로 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검색사이트에서 찾아보니,
키즈카페가 무료로 지문 적성검사를 해준다는 것에만 흥미를 느끼는 엄마들의 글만 몇개 올라와있을 뿐이었다. 아이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은 생각지 못한 채 말이다.

어린이집도, 학부모들도 이렇게 불감증을 가지게 된 것은, 
CCTV로 대변되는 일상적 프라이버시 침해와,
지문날인, 혹은 PD수첩 작가들에 대한 경찰의 이메일도청이나 전교조 표적수사 등으로 대변되는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 침해 등 
우리 사회 이곳저곳에 널린 인권침해현실에 의한 것과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과도한 연상일까?

한번쯤 그 정보들을 다른 이들이 마음대로 들여다보는 상상만 할 수 있어도
이런 일들이 그냥 막 일어나지는 않을텐데...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한편으로는 무서운 마음이 든다.
작년의 예기치않았던 임신과 갑작스러운 유산,
그 이후 딱 1년만의 소식이었기에 그 무엇보다 조심스러웠다.

임신사실을 알게 된지 벌써 보름이 넘었다.
처음 산부인과에 갔더니 아직 너무 초기라 확진할 수 없다고 2주후에 오라고 했다.
그 2주후는 바로 지난 토요일.
그러나 임신사실을 알게 된 그때부터 시작된 입덧으로 나는 임신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고보면 임신 약4주부터 입덧을 시작한 셈.

지난주부터는 입덧이 그야말로 절정에 이르고 있다.
남편이 밥을 할 때마다, 냉장고를 한번씩 열때마다 아로마 향을 한가닥씩 피워야 되고,
먹고 싶은걸 먹는게 아니라, 먹을 수 있는걸 겨우 먹는 수준.
TV에 나오는 식료품 뉴스, 음식 광고조차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출근도 제대로 못하고, 출퇴근 버스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야말로 왕복으로 괴로운 2시간...에효...

내 입덧을 옆에서 보고 있는 사무실의 비혼인 후배는,
TV에서는 입덧이 너무 미화되는 것 같단다.
드라마 주인공들이야 기껏해야 '욱~'하는 정도이니.
이렇게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모습은 드라마는 물론이고 TV에서도 별로 본 적이 없단다.

그러고보면, 그런 이유들 때문인지
남자들은 물론이고 여자들도 자신이나 주변이 경험하기 전까지는
입덧이 얼마나 힘든 경험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입덧을 경험한 친구들은 대체로 
입덧을 극복하기 위한 휴가제도도 따로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인 것에 비해.

아... 이 입덧은 과연 언제까지 갈까.
자고 일어나면 한달이 훌쩍 지나있어서 입덧이 뚝 멈춰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번씩이다.

너무 괴로워 얼마전 애기를 낳은 친구한테 전화했더니,
몸이 괴로운게 정신이 괴로운거 보단 낫단다.
듣자하니, 그 친구는 입덧이 정말 하~나도 없어서
임신기간 내도록 남편으로부터 임산부 대접은커녕, 내 친구가 임산부라는 생각을 평소에 안하는 것 때문에, 이 친구는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단다.
적어도 우리 남편은 지금 엄청 긴장하고 자기가 해줄 수 있는게 없는지 하며 안타까워하고 있으니 다행이라나..^^;
그러고보니 그런 점은 있는 것 같다.

하루종일 토할 것 같고 먹어도 안먹어도 마찬가지로 괴로운 상황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작년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아, 우리 알멩이가 잘 크고 있는 거겠지... 생각하며 위안을 삼아본다.
잘 참다보면, 지금처럼 정신 겨우 차리고 블로그를 쓸 수 있는 때도 한번씩 올테니까^^;

아직은 태명을 제대로 짓지 못한 우리 알멩이~
이 엄마가 입덧을 열심히 견뎌볼테니까
너무 오랫동안 엄마 고생시키진 말고 잘 커라~^^

새벽에 쓴 소주를 한잔하며...

2009. 7. 24. 02:26 | Posted by 조이~
이 새벽...
쓴 소주 한병과 참치 한 캔.
의도치않은 혼자만의 술 자리.

오늘 나를 짓눌렀던 것들.
그 '데인 자국들'...

아, 블로그에 '나에게 쓰는 편지'를 써둔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쓴 소주를 한잔 두잔 마시며
그 편지를, 아니, 그 글을 대여섯번은 읽었다.

아, 그래,
꼭 잘하지 않아도 되지.
꼭 힘내지 않아도 되지.

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고...
그래, 믿자.
그래, 나를 믿자.

넌 파주에 '믿지못함'을 버리고 왔지만
아직 미처 버리지 못했구나.
아니, 버리지 못했다고 너를 질책하는 것은 아니야.

다만, 기억하자.
'믿지못함'을 버리고 왔었다는 사실을.

나의 활동에 대한 정리 및 홍보, 브랜드화,
그리고 비전에 대한 뚜렷하지 않음...

그것 역시 나 혼자 고민한다고 혹은 고민이 안된다고 고민하면서
나오는 문제가 아님을.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나옴을.
그래서,
나는 내가 최근에 해오던 연락하고 소통하는 일을 계속 매진하는 것만이
나의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제일 중요한 지름길임을.
그리고 내가 읽기 시작한 글들을 제대로 읽어내고 나의 시사점을 찾아내는 것이
또한 그 방법의 중요한 보조도구임을.
그걸 잊지 말자.

넌 썩 괜찮은 아이야.
그 말.
나에게 난 다시 할 수 있다는 걸.
그래, 보여주자.
아니, 보여주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믿자.
나를.
그렇게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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