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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과 생각의 찌끄레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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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퇴근하여 인터넷을 켜자마자
또 어처구니없는 뉴스 하나를 접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한나라당 이범래의원이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위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데 대해 아동학대혐의를 적용해야한다"는 말을 했다더군요.
여기에 어청수 경찰청장은 "적용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응답했다네요.

정말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옵니다.
유모차부대 어머니들에 대해 어떻게든 탄압해보려고 아주 난립니다.

저, 오늘 오전에(아니,글을 쓰는 도중에 어제가 됐군요) 유모차부대 기자회견 갔다왔습니다.
비록 아이가 아직 없어 유모차부대 카페회원은 아니지만,
유모차부대를 지지하고 함께하기 위해 참석했습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20분전에 도착했는데,
서울지방경찰청앞은 기자회견하러 온 사람보다 경찰이 몇배는 많더군요.
언제나 그랬듯이 사람이 지나다니기도 힘들게 인도를 떡하기 가로막더니
기자회견 막 시작하자마자 여경들을 한쪽에 배치하더군요. 방패든 경찰들과 함께요. 
연행할 것 같이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더니
기자들이 40명도 넘게 와글거리며 속속 모여들고 시민들도 많이 오니까
언제 그랬냐는듯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더군요.

유모차부대 어머니들의 기자회견을 보는내내 너무나도 가슴아팠습니다.
그녀들에 대한 탄압은 정말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경찰은, 가족들을 살뜰히 보살피는 그녀들의 특성을 악용하여
남편의 직장, 직급 등을 운운하며 협박했다 합니다. 
기자회견에서 유모차부대 한 여성이 흘린 눈물은 그녀만이 흘린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자식걱정, 사회걱정 하는 것도 불법이라니요!
국민 말 안듣고 자기들 맘대로 하려니까 유모차마저도 무섭게 느껴지나보지요.

엄마탄압에 대해 여론이 들끓으니
서울지경은 기껏 한다는 일이 브리핑자료를 또 내서
유모차부대 엄마들은 단순한 네티즌이 아니라 폭력시위 적극 가담자이자 선동자였다고 하는군요.
유모차부대 엄마들은 카페회원이건 아니건간에 모두 정당한 행위를 했으며, 정말 아이들이 먹거리 걱정 없이, 교육걱정없이 행복한 세상에서 살아가길 간절히 원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행동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유모차부대의 행렬을 보고 감동했고, 또 반성했으며, 박수를 보냈습니까?!!
정말 이 나라의 경찰이 유모차 아가들의 발톱의 때만큼도 못한 존재라는 사실에 다시금 분통을 터트립니다. 정말 갈수록 수준이 점점 지하 몇 백미터로 떨어지는데.. 정말 눈뜨고 보기 차마 민망할 지경입니다.

그런데, 오늘 국회 회의장에서는 "아동학대"니 뭐니하는, 그 따위 망발들이 오갔다니 정말이지, 누가누가 최고저질인지 경쟁이라도 하는것 같습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지어진 그 곳에서 국민들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자들이 고름만도 못한 얘기들을 지껄이다니요!
유모차를 동원했다고 떠들더니, 이제는 아동학대랍니다!
그럼, 아이들 맡아줄 곳도 없는데 엄마들이 아이들을 집이든 어디든 방치하고 그냥 나왔어야 아동보호입니까?! 아동보호의 기준이 참으로 얼척없으십니다 그려.
진정한 아동학대는 우리 아이들 제대로 된 먹거리 맘놓고 먹지 못하게 만든 정권이 하고 있는거 아닙니까?!

딴나라당 의원들, 그리고 견찰들이 국민과의 소통을 소똥으로 여기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이건 뭐... 보기만 해도 구역질 나올 거 같습니다.
이범래, 그리고 어청수!
그들의 죄목에 아동학대 뿐만 아니라 국민학대까지 추가해야할 듯 싶습니다.
뭐, 워낙에 붙어있었던 죄목이 많긴 하지만...
다음달이면 결혼 1주년이 되니 아직은 신혼.
결혼한 이후 2번의 명절을 보냈다.

명절은 나에게 무척이나 불편한 시간이다.
왜?! 명절에 내가 30여년동안 나고 자란 가족들이 아닌
이제 알게된지 3년도 채 되지 않는 가족들과 보내야한단 말인가?!

물론 연휴기간에 시집도 가고 친정도 당연히 갔다.
하지만 명절 당일 아침에는 시댁에서 차례를 지냈다.
나 뿐만 아닌거 알고 있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남자쪽 집안에서 명절을 지내니까.

당연한거 아니냐고?
상당한 시간동안 그래왔다는 이유로 그것이 '당연한 것'이 될 수는 없다.
동등한 인격체가 만나 결혼을 했고, 명절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가족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자리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가족'은 '남자쪽 가족'만, '조상'도 '남자쪽 조상'만 해당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기에 끊을래야 끊기 어려운 악순환과 딜레마가 있다.
남편은 1명의 여동생이 있다.
여동생은 이미 결혼을 했고, 명절마다 그녀의 시집에 간다.
고로, 남편네 집에서 부모님과 명절을 지낼 사람은 남편밖에 없다.
나는 언니와 오빠가 1명씩 있다.
둘 다 결혼을 했고, 언니 역시 명절마다 그녀의 시집에 간다.
오빠는 나의 친정에서 명절을 우리 부모님과 함께 지낸다.
즉, 명절기간 나의 시집에는 남편이 남고, 나의 친정에는 오빠가 남으므로
결국 남편네 집에 가게 되는 것이다. 

부모님이 이유가 되지만, 결국 이런 이유로 결혼한 딸은(특히 남편이 외동아들인 경우에는 더더욱) 당췌 친정에서 명절 아침을 지내는 선택을 하기란 하늘에 별따기가 된다.
모진 년이 되지 않는 이상, 이런 주장('친정에서 명절을')을 하기 어려워지는거다.

나는 결혼하고 명절을 맞으면서 이런 얘기를 남편에게 했다.
명절아침을 시집에서 보내는 것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하지만, 내가 명절을 두고 이런 의문과 불만이 항상 끊임없이 드는 것과는 달리,
남편은 아무래도 자기집이다보니 순간순간 당연한 것으로 느낄 때가 많아 보인다, 아직은.

그래서 다음 명절에는 어느 집에 가서 차례를 지낼지 의논하자고 남편에게 말했다.
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는 말도, 싫다는 말도.
아마도 그는 한편으로는 갈등하고 있으리라. 이성적으로 내 요구가 틀린 것이 아니지만, 관습과 상황상 그걸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일단 당장 닥친 문제는 아니니까 그때 가서 다시 고민해보거나 (나를) 설득해봐야지 생각하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누군가 다부지게 맘 먹고 깨지 않는 한,
쉽게 바뀌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부모님이 좀 쓸쓸한 명절 아침을 맞는다 하더라도,
사실 그건, 딸만 가진 부모들은 다 맞고 있는 명절 아침인거다.
시부모님이 다른 친척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싶어 고민되신다 하더라도,
그런 시선 때문에 바꾸고 개선해야할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는거다. 

다음 명절에는 좀 모진 년이 돼야겠다.
당연한 듯 보이지만 결코 당연하지 않은 일에 대해
변화를 얘기하지만 잘 변화되지 않는,
갇힌 웅덩이에 물꼬를 좀 터야겠다.
참,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책이라고해야 이론서들만 깔짝였었는데..

얼마전 한번씩 책지름신이 강림해주시는 울짝꿍이 책을 여러권 사왔다.
그 중에 내 눈에 띈 책,
우락부락하고 원색적인 일러스트로 장식된 책의 이름은 <남쪽으로 튀어!>

뭐.. 소설쯤 읽어주는거도 괜찮겠다 싶어
책주인의 구박을 받으며 내가 먼저 개봉했다.
그런데..헉! 개봉과 동시에 광속도로 나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옛 일본 과격파 운동권 출신의 "세금따윈 낼수없어!" "국민의 의무를 강요하는거라면 난 국민이길 포기하겠다"고 옆집앞집시선따윈 전혀 개의치않고 밤낮으로 큰소리를 빽빽대는 아빠 이치로,
겉으론 보통의 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뭔가 심상치 않은 과거를 가지고 있는 엄마 사쿠라,
평범한 아버지를 애타게 부르짖지만 결코 그 꿈이 이뤄지기엔 쉽지 않아보이는, 뭔일이든 걱정이 앞서는 열두살 짜리 지로,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온갖가지 일화들과 관계들...

오쿠다 히데오는 어느 인터뷰에서 학생운동을 했던 이들이 그때의 시선으로 계속 순수하게 살아간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며 우에하라 이치로를 그렸다고 했다.

소설 속의 우에하라 이치로는 관을 적으로 여기고, 누군가 얘기할라치면 논리를 전개해보라 윽박지르고, 자식들에게도 설명보다는 자기가 정한 원칙만을 들이대기도 하고, 타협과 배려보다는 냉소와 자기주장만 너무 꼿꼿이 내세우곤 한다.

아마 이런 모습은 일본의 옛 과격하고 경직됐던 운동권들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지 않을까, 읽는 동안 그런 생각을 했다.
물론, 이건 일본 운동권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겠지만^^;

하지만 작가가 원했던 '순수'의 모습은 소설 전체에, 그리고 특히 후반부에 그들이 자신만의 이상향을 찾아 떠난 그 곳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도시 아닌데서 산다는건 생각도 못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까 상당히 좋아. 아마 아침 일찍 일어나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게 인간의 본질인가 봐.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하는 것들이 있어... 평등은 어느 선량한 권력자가 어느 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민중이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어렵사리 쟁취해낸 것이지.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앟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아버지는 그 중 한사람이야..

작가가 이치로의 입을 통해 비판하고 있는
국가주의,전체주의 교육의 억압, 시민운동의 문제과 한계, 자본의 착취 같은 것을 굳이 함께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한 구절로서도 나는 어느새 허점투성이 우에하라 집안 전체를 응원하고 있는 이유로 충분해졌다. 

끝까지 저항해야 서서히 변한다는, 그 변화는 어느 누구도 대신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이 구절을 읽으며 이건...
지난 몇달간 들었던 수백만개의 촛불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촛불의 홍수가 지나간 뒤 더 퍽퍽해진 이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가고 있는 일상의 촛불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하는.


나를 자신의 문장세계에 한 열흘을 푹 잠기게 만들었던
그래서 그의 소설 4개를 줄줄이 읽게 만들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꼭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남쪽으로 튀어 1 상세보기


* 덧붙여, 내가 읽었던 나머지 책들,
<공중그네>, <인더풀>, <면장선거> 모두 인상깊고 재미있었지만
이왕이면 공중그네만 읽는게 나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소설에서도 속편은 점점 재기가 빛을 잃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