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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3일째, 울릉도에서는 2일째 아침이 밝았다. 
모텔 앞에 잠시 나가보니, 뜨겁고 쾌청한 날씨.
음..! 예감이 괜찮다.

아침을 먹고, 우린 숙소에서 나섰다.
독도가는 배는 낮1시에 뜨니까 어차피 그때까진 시간이 남는다.
오전 첫코스로 숙소인 산호모텔에서 가까운 도동 약수공원으로 가기로 했다.

울릉도는 그야말로 해변가+오르막+내리막으로 이루어져있다.
섬 중앙에 있는 유일한 평지 나리분지를 제외하곤 말이다.
울릉도에 도착하자마자 여느 섬과는 다른 느낌은 그 때문이었으리라.
보통의 섬은 무난한 평지나 구릉 정도로 이루어져있으니까.
하지만 도동항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울릉도는 높은 산과 오르막들로 마치 섬이 아닌 또 다른 곳 같은..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오죽하면 울릉도 택시들은 모두 지프이다. 경찰차도 지프~




도동약수공원 가는 길은 입구에서부터 멀지 않았지만 경사가 꽤 있었다. 
뜨거운 여름(?)햇살에 땀이 삐질삐질~

올라가는 길에
길가에 늘어선 관광용품점 구경도 살짝 하고
인공암벽등반하는 곳도 가보고 하면서
도동약수터에 도착~
생각보다 별로 시간은 안걸렸다.

도동약수터 물은 사실 별로 맛은 없었다.
광천수처럼 약간 탄산이 있었고 철분이 많이 들어가있는지 쇠냄새같은게 좀 났다.

약수터에서 약간 밑에 있는 독도박물관에도 들렀다. 쪼끄만 박물관이긴 하지만, 나름 볼만은 했다.


오전 코스에서 제일 좋았던건 내려오는 길~
박물관 입구 오른쪽으로 가면 샛길같은게 나오는데, 
이런저런 꽃나무들이 멋지게 펴있는 전망좋은 길이었다.
도동약수터로 올라오는 길이 관광객들을 위한 길이라면, 이 샛길은 현지인들이 다니는 길같았다.












 




















어느새 점심시간~
점심식사로는 해운식당에서 홍합밥과 따개비밥을 먹었다. 홍합밥은 12,000원, 따개비밥은 15,000원. 꽤나 비싸서 따로는 못먹겠다 싶었다. 맛은 나름 괜찮긴 했지만 너무 비싸~~~^^;
해운식당은 처음 먹었을 때에는 괜찮다 싶었는데... 두끼 먹다보니 약간 질리는 맛이 있었다. 좀 달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점심을 먹고
이제 드디어 독도로 설레는 항해를 시작~!
배는 포항에서 타고왔던 것보다는 작았다.
그래도 날씨가 워낙에 좋고 바람이 거의 없어서 독도로 무사히 출발했다.

1시간 30분 정도 지났을까.
"지금 우리 배는 독도에 접안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우와~드디어 독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인가?!

독도에 접안을 성공하고 출입구가 열리길 기다려 사람들이 북새통이 났다. 서로 빨리 나가려고 문쪽으로 다들 끼어서~

독도에서는 25분 정도밖에 시간이 없었다.
독도경비대가 맞아주는 독도에 드디어 발을 내딛었다~~~
아, 여기가 독도구나~!

우리는 모두 사진 셔터를 눌러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는 것은 오로지 사진 뿐일 것이라는 일념하에~!

독도를 이루고 있는 저 바위에는 못올라가고 부두로 만들어놓은 시멘트 구조물위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움이 있긴 했지만, 그나마 여기도 독도의 일부이니 감격스러웠다.
특히나 1년 중 이렇게 배로 입도할 수 있는 날이 35~40일 정도 밖에 안된다니 더더욱..!


25분은 정말 금방 흘러버렸다.
관광객들에게 열심히 손흔들어주던 젊은 독도경비대원들을 뒤로 하고
배는 다시 울릉도로 향했다.
아..! 독도를 밟아보다니. 정말 감격 또 감격~! 밀려드는 감격의 순간이 너무 짧았다는 생각에 그저 아쉬울 뿐이었다.
독도여 안녕~~~

다시 울릉도에 돌아와서 숙소로 가는 길에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7천원에 파는 호박막걸리를 사와서 한잔씩 걸쳤다.
독도를 직접 만난 감격과 기쁨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울릉도에서 우리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또 하루 깊었다. 

내일이면 이 울릉도를 떠나게 되겠지.
떠나기 전 울릉도의 또 다른 참모습을 만나기 위한 준비를 해야지.
울릉도는 아직도 나에게 보여주지 못한 모습들이 많이 있으니까.

- 나의 울릉도 여행기3편 끝. To be continued~

아..오늘이 신경민 앵커의 마지막 9시 뉴스데스크인 줄 미처 몰랐었다.
방금 그의 9시 뉴스 클로징 멘트를 갑작스레 마주했다.

"오늘 저는 회사방침에 따라 마지막 방송을 했습니다.
지난 1년동안 제가 지킨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안전이었습니다"라고
시작한 그의 멘트는
그가 어떤 상황에서도 지난 시간동안 스스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이 사회의 정의를 지키고자 노력해왔음을 얘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에 대한 갑갑함 역시 토로하고 있었다.

"할 말은 많지만 저의 클로징 멘트는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
아..!
옛시인 누군가는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지만,
나는 오늘
떠날 수밖에 없지만 결코 그냥 물러서지 않는 이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보았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이 일어나던 날들에 그가 날렸던 빛나는 클로징 멘트들,
언론악법에 맞서 언론노조의 총파업이 일어나던 그때 온몸으로 지지하고 악법을 추진하던 자들에 대해 온몸으로 저항하던 클로징 멘트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들은 신경민 앵커를 9시 뉴스에서 잘라냈는지 모르지만,
그의 클로징 멘트들을 자르진 못했다.
탄압하고 억압한다고 민주주의가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신경민 앵커는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겠지만,
또 다른 수많은 신경민'들'은 우리나라 곳곳에 있을 테니까.

끝까지 투혼을 다한 그에게,
우리 모두에게 믿음을 주었던 그에게,
온 마음을 다해 박수를 보낸다.

자~드디어 울릉도로 출발~!


평일인데도 여객터미널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주로 40대 이상의 승객들. 2,30대 사람들은 거의 잘 보이지 않았다.
온갖 단체 관광객들과 함께 승선~!

전날 포항언니야들이 배멀미 심할거라고 하도 겁을 줘서
우린 각자 키미테부터 액상에 이르모두 각종 멀미약을 챙겨먹고 배에 올랐다.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
타이타닉이라도 찍을 줄 알았건만...ㅋㅋ
배는 갑판없이 실내객석만 있는 배여서 좀 갑갑..^^;
다행히 울릉도까지 3시간동안 날씨 덕분에 멀미는 하나도 안했다.

드디어 울릉도 도착~!
울릉도 최대의 교통혼잡지 도동항을 지나 우리를 맞이한 미니버스에 여러곳에서 모여든 우리 일행 16명이 올라탔다.

우리 숙소 산호모텔에 도착해 짐을 부리고 다시 올라타 드디어 첫날 여행을 시작!
버스로 해안도로를 따라 섬의 서쪽 절반 정도를 일주하는 코스~

얼핏 보기에는 모래가 안보이지만, 해안쪽 바다밑에 많은 모래들이 있다는 사동을 지나
버스에서 내린 곳은 거북바위.
사람들이 곧잘 붙인 바위 이름들이 사실 정말 그것과 닮았는지 항상 약간 의문이긴 하지만..ㅋ
거북바위 앞에 내려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사자바위를 지나고 곰바위를 지나와서






















도착한 곳은 태하리 향목관광 모노레일.
어른 1인당 4천원이었던가. 케이블과 모노레일 중 선택한 모노레일은 만족스러웠다.
모노레일 아저씨의 순박한 미소도 굿굿~
모노레일 안에서

울릉도에서 유명한 것이 많은데 그 중에 하나가 향나무란다.
울릉도의 특징이 대부분의 것이 자연산이지만, 바다바람이 심해서인지 향은 강하지 않단다.
그래도 태하 모노레일에서 내려 태하등대로 올라가는 길에서는 향나무였는지 향기가 솔솔~
울릉도 전역에서 볼 수 있는 부지갱이 나물을 여기서도 볼 수 있었다.

태하등대까지 올라가 약간 더 걸어가면 헬기장이 있는데, 거기가 끝내줬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미미한 듯 뭍어나는 산 향기가 어우러져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줬다


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가 나리분지로 향했다.
가다가 안내하던 버스기사님이 사진 잘 나오는 곳이라면서 세워주셨다.
관광의 자세로 임하던(?) 우리, 우르르 내려 단체사진 찰칵~!


나리분지 가는 길은 한참 오르막길을 버스로 털털거리며 올라가야했다.
울릉도 유일한 평지, 화산분화구였다는 나리분지.
칼데라화구여서 천지나 백록담처럼 물이 없다는 기사님의 친절한 설명~
과연 도착해보니, 울릉도 와서 만난 유일한 분지에 또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거기서 만난 것은 너와집.

어느새 해질 녘이 되었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석양은, 도심에서 어쩌다 간혹 마주치는 석양과는 사뭇 달랐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석양 앞에서 내 일상의 쉼표를 다시 한번 찍었다.

숙소로 돌아가다 호박엿,호박빵 공장이 있다고 살 사람들은 사라고 버스를 세워줬다.
배가 몹시 고팠던 우리는 거기서 경주빵을 벤치마킹한 듯한 호박빵 샘플과 호박제리, 호박엿을 맛보고는 열심히 샀다.
호박빵은 10개상자에 5천원, 20개인가 24개 상자에 1만원이었다.
호박엿은 두봉지에 5천원. 
나는 호박빵만 샀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울릉도에 파는 그 모든 엿들 중에서 그 공장 호박엿이 제일 괜찮았다. 상표명이 옥천호박엿이었던가... 하지만 그 호박엿은 도동항 쪽에 와서는 한 군데도 파는데가 없었다는...^^;;

우리들의 첫째날 섬 일주관광코스는 그렇게 끝이 났다.
일행 중 엠티 때마다 살림과 음식을 도맡아하는 대장금이 계신지라,
백숙과 이런저런 음식들을 맛나게 먹었다. 울릉도의 대표적 나물, 명이나물(산마늘)을 사서
삼겹살을 구워 싸먹으니 정말 별미였다는...!
확실히 상추, 깻잎보다 한 단계 위였다~^^(그런만큼 비싸지만^^)

저녁에는 우리들만의 특별 프로그램이~
나는 조느라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잠을 쫓느라 사실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ㅋㅋ

내일은 독도를 향해 가는 날~
울릉도에서 독도로 배를 향할 수 있는 날이 1년에 80일 정도.
그 중에서도 독도에 발을 내릴 수 있는 날은 1년에 35~40일에 불과하다는데...
우리는 독도에 입도할 수 있을까?
오늘 안내를 맡은 버스기사님은 "암만요~"라고 하셨지만,
정말 가능할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우리 그동안 착하게 살았어요~~~ 꼭 독도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세요~~
잠꼬대를 하며 잠속으로~~~
과연 독도 입도는 이루어질지~?!!

- 나의 울릉도 여행기 2편 끝. To be continued.

울릉도 여행기1. 여기는 포항~!

2009. 4. 12. 15:23 | Posted by 조이~

드디어 떠났다...!
복잡한 서울을 떠나 울릉도로!
바쁘고 시끄러운 시간들이지만, 재단의 지원을 받은 덕분에
단체사무실을 며칠 비워두고 과감히 우린, 떠날 수 있었다.

4월 8일.
경기도교육감 선거를 마친 나는 김포공항으로 떠났다.
김포공항에 갈일이 워낙 없다보니, 국내선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10여분을 헤매다 국내선에 이미 도착해있던 일행들을 만났다. 다들 상기된 표정들.

울릉도로 가는 방법은 포항에서 가는 길과 강원도 묵호항에서 가는 길이 있다.
거리상으로는 묵호항에서 떠나는게 울릉도에 좀 더 가깝다.
대신 포항에서 떠나는 배가 좀 더 커서 멀미는 덜하다고 한다. 
하여튼 나는 지원 덕분에 비행기를 택했다. 포항으로.

비행기로 포항 가는 길은 고작 40분. 흠.. 사무실에서 집에 가는 것보다 가깝군.
공항에서 미적거리며 놀다가 승무원들로부터 이름도 불리고~ㅋㅋ
"OOO고객님, OOO고객님, 빨리 탑승해주시기 바랍니다~..."

포항에 도착했다.
포항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여객터미널까지 걸린 시간은 택시로 약25분 가량. 


우리의 숙소는 이름도 독특한 포스모텔~!
모텔이라지만, 그냥 숙소같은 느낌이랄까?
하여튼 나름 괜찮았다.
여러명이서 숙소처럼 잡고 사용하기에도 적당한 것 같고...
짐을 풀고 나와 본격여행을 즐기기 시작~


바로 앞 바닷가로 나가보니
부산이 고향인 내가 주로 갔던 해운대 바닷가와는 몇가지가 달랐다.
좋았던 건 모래사장이 정말 부드러웠다는 것~
그러나, 해운대 해변이 상가들로 둘러싸여있었다면,


포항 앞바다는 여객터미널과 멀리 맞은편 포스코 굴뚝들로 둘러싸여있었다는 것..^^;
그리고 무지하게 해초들이 많았다. 온 바다 입구가 해초로 그득그득...
여름에 그 바다에서 해수욕 했다가는 해초인간이 될지도..ㅋㅋ

이랬든저랬든
그 바닷가를 바라보면서
휴가떠난 자만이 즐길 수 있는 평일 대낮에 바닷가에서 맥주 한잔 들이켰다.

자~그럼 이번엔 포항의 명물 죽도시장으로 출발~!

여객터미널에서 죽도시장 가는 길은 특별히 볼 것이 있지는 않았지만,
한 3~40분 정도 작은 부두길을 걸어가는 기분이었다.
정박해있는 오징어배들에 각종 모양의 그물들도 보고..


죽도시장은 정말 컸다.
요즘 같은 때에 그렇게 큰 재래시장을 가보니 새롭고 즐거웠다.
어시장, 농산물시장에다가 이것저것 모든 것이 다 있어보였다.
한 세바퀴를 돌고났더니 녹초가 됐다^^;
엄청난 규모의 재래시장인데다가 사람들이 북적거리진 않았어도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재래시장이 없는 신도시에 사는 불행한 나로선 포항 죽도시장이 우리집 근처에도 있었으면 생각했다.
포항에 가는 사람이라면 죽도시장 한번쯤은 추천~!

특히 죽도시장에서 먹은 회는 정말 쌌다. 초장값 1인당 2천원에 모듬회 한접시 3만원.

서울로 치자면 못해도 두접시는 될 듯...
4명이서 먹기에는 몹시 많은 양...
물회도 1인분 1만원이었는데, 혼자서는 못먹을 양이었다. 매운탕도 함께 나온다.
처음에 횟집 언니가 말한대로 세테이블 10명이서 모듬회 세접시 시켰다가는 한접시는 고대로 남겨올 뻔했다.
10명이서 모듬회 두접시에 물회2인분을 시켰는데
평소 전생에 메뚜기였음을 확신했던 우리가 결국 회를 남겨왔다는 무시무시한 전설이~~ㅋ

죽도시장 입구 11번횟집에서 배터지게 먹고,
한껏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반가운 마음으로 환영방문해주신 포항 언니야들과 살짝 한잔도 기울여주고
일행 중 한명의 생일잔치도 하고, 동양화교습(?)도 하고...
그러면서 울릉도로 가는 전날밤을 밝혔다.
울릉도에 갈 생각하며 최대한 술은 자제했다. 배멀미는 생각만 해도 끔찍...^^;

이제 자야할 시간~
날이 밝으면 울릉도로 가는 배를 타겠지~?!
울릉도는 어떤 모습일까나?
내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이불 속으로 고고씽~

- 나의 울릉도 여행기 1편 끝. To be continued..


앗, 쓰다보니 아직 울릉도 얘긴 하나도 안나왔네...ㅋㅋ 담편에 열심히 써야지^^;

가까이 사는 사무실 언니와 주말농장을 시작했다.
언니는 올해로 4년째인데, 사정상 매년 농장을 바꿔왔다.

그러다가 이번에 알게 된 곳은 <풍신난 도시농부>라는 네이버 카페.
도시에서 자연을 만나며 땅과 소통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추구한다는 것에 이거다 싶어
당장 가입하고 5평을 분양받게 됐다.

본격적인 첫날이니만큼 두 집 식구들 총출동~!
이구언니, 달수형부, 영우, 우리남편, 그리고 나.

지난주 언니가 먼저 갈아놓은 밭에 도착했다.
대자리농장^^
도착해서 본 땅은 작았다.
애개.. 이거밖에 안돼?
5평이라더만...

먼저 도착해 한참 경작중에 있는 다른 분들과 간단히 인사한 후
우리는 이것저것 심기 시작했다.

감자를 심는데 씨감자를 사용한다는걸 난 처음 알았다..ㅋㅋ
누군가 감자심을 때 씨뿌린다고 했어도 아마 속았을껄~~^^;;
무식한 도시촌년같으니라구..

작업반장(?)과 같은 역할을 하시는 대자리농장 공동체 달인분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감자, 청경채, 당근, 적상추, 청상추, 아욱, 깻잎 등을 심었다.
이렇게 심고 나니 밭 절반이 남았다.
흠.. 5평은 의외로 넓고만~~
나머지 2평 정도는 5월달에 고추랑 토마토 등을 심자고 하면서 물 흠뻑 주고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때 나타나신 우리의 달인!ㅋㅋ
나머지 땅은 놀리지 말고 열무 같은걸 심으라신다.
열무는 지금 씨뿌리면 5월달에 수확할 수 있으니까, 수확하고 심고 싶은걸 심으면 된단다.
아하~! 이런 역할을 맡아주시는구나^^
냉큼 그 말을 받아, 나머지 땅에 열무를 주루룩 심었다.

작은 땅에 5명이나 가서 왔다갔다 했더니 금새 끝나버렸다. 그래도 1시간 정도가 흘렀네^^
뭐 많은 걸 한건 아니지만, 뿌듯했다.
뭔가 씨를 뿌리고 덮고 물을 주고,
앞으로 열릴 작물들을 상상하며 즐거워하고..
그런 뿌듯함이 들었다.

하다보면 매주 오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봐야지... 한해를 시작하듯 새롭게 마음을 다지는 시간.
게다가 그냥 분양만 해주는 주말농장이 아니라
동호회같기도 하고 어느 정도 공동체적인 분위기가 있어, 따뜻한 마음이 든다. 

아직 도시농부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것들을 또 배워갈 수 있으리란 생각에 괜히 설렌다.
아직은 땅속의 씨앗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라나는 작물들을 모습을 이곳에도 열심히 올리리라~!

자~ 울트라초보 주말농부, 설레는 마음으로 시~이~작~!!

 


 

요즘 가수 장기하, 완전 떴다.
그를 많이 미친듯이 열광적으로 좋아하진 않는다^^;
다만 처음 들을 때 이건 뭐야 싶다가도,
그만의 가사와 반복적 리듬이 주는 알 수 없는 중독성을 인정하는 정도랄까..ㅋㅋ

장기하의 또 다른 노래를 들었다.
"별일없이 산다"
앨범 제목이 그거길래, 걍 들었다.
또, 이건 뭔가..?!? 싶었다.

가사가 이랬다.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거다 뭐냐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할 고민 없다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오늘 밤 절대로 두 다리 쭉뻗고 잠들진 못할거다 그게 뭐냐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할 고민 없다

이건 니가 절대로 믿고 싶지가 않을거다
이것만은 사실이 아니길 엄청 바랄거다 하지만

나는 사는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허... 이건... 어떤 설정일까?
뭔가 내가 엄청 잘못되길 바라는 누군가에게 해줄 수 있는 얘기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들어봤다.
오호라~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걸?!
넌 내가 잘 못살길 바라겠지만, 흥~에나 꽁이다~난 괜찮거든?! 이라고 말하는거니까.

몇번 듣다가 문득,
난 누구를 곱씹으며 이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요즘의 우리는 정말 바쁘면서도 힘들다.
가뜩이나 바빠 죽겠는데, 인권위를 축소한다느니, 온갖 악법에다가
서민들에게 돈 몇푼씩 쥐어주는걸로 눈가리고 아웅하고,
단기일자리와 엄청난 국채로 땜빵하려는 이들 때문에
하루하루 사는게 정말 쉽지 않다.

특히 온갖 비열하고 잡다한 방법들로 시민단체를 협박하고 위축시키고 옥죄는 그들로 인해
나같이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까.

MB와 그의 꼬붕들은 이런 우리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나도 MB와 그 따까리들에게 이 노래 불러주고 싶다.
네가 아무리 그래봤자, 흥~ 가짢거든?! 웃기지마! 라고 비웃어 주고 싶다.

별다른 걱정이 없는게 아니니까... 사실 당장 이 노래를 신나게 부를 순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 노래를 잘근잘근 씹으면서 불러주고 싶다. 장기하가 하듯이

그래도 이 암울한 때에 별일없이 산다는게 입에 딱 붙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들과 우리의 자리가 역전될 때를 생각해보면서 불러보는 방법도 있겠지.

"MB,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나는 별일 없이 산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그렇게 역전될 날이 얼른 오면 좋겠다!!
제~발~~!

3월 25일. 오늘은 수요일.
꽃샘추위로 쌀쌀한 날씨보다 우리 마음은 더 시렸다.
아, 민주주의와 인권에 우린 다시 겨울을 맞아야하는가.

행정안전부가 있는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
항의와 규탄의 의미를 담아 검정색 옷을 입고
국가인권위원회 축소를 반대하는 여성단체 및 여성계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행안부는 인권위 조직을 21.2% 축소하겠다고 발표하고, 내일 26일 정부부처 차관급회의에서 결정하고 31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켜 인권위 축소를 강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어처구니 없는 결정에 매일 여러 단체들이 돌아가며 반대를 하고 있다.
시민단체들, 인권단체들, 장애인단체들에 이어,
어제는 불교계 단체들과 광주시 북구의회 의원들까지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어제는 전국 법대 교수 1/4에 달하는 248명의 법학교수들은 행안부의 인권위 축소 방침이 "반법치적"인 것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인권위 축소는
 곧 인권 축소!
행안부가 말하는 것만 들으면 인권위가 정말 방대한 조직인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지금 인권위에 일하는 사람은 고작 208명이다.
인권위가 얼마나 해야할 일이 많은가. 상담도 해야하고 진정이 들어오면 조사도 하고 시정권고도 해야하고 홍보도 하고...
2001년에 처음 인권위가 생겼을 때보다 8년이 지난 현재
진정건수는 2배 이상, 상담건수는 4배 이상, 민원건수는 무려 10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 인권위는 오히려 사람을 늘려야한다.
그런데도 행안부는 고작 208명밖에 안되는데 그나마도 164명으로 줄이라는거다.

어제 PD수첩 보니까 뉴라이탄지 뭔지 하는 사람이 "한국의 인권이 많이 발전했으니까 인권위는 국민을 위해서 장렬히 사망해야한다"고 했다. 이게 웬 자다가 봉창두들기는 소린지..!!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는데 말이다.
하긴, MB정부 하에서 그들의 인권은 침해받을 일이 없으니 그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거다.


기자회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인권위 축소에 목소리를 모았다.

"요즘 막장드라마가 대세라고 하는데 지금 우리의 삶이 막장인생인 것 같다. 인권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아는가? 지금 인권위는 겨우 200여 명이 8년 동안 어렵게 꾸려나가고 있는데 어떻게 축소라는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이것은 인권위 본래적 기능을 말살하겠다는 것이다. 국가공권력에 침해받지 않아야 하는 소중한 인권,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 인권위 존립은 우리 인권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이다."

"인권위는 억압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이다. 인권위 독립성을 훼손하고자 하는 정부로부터 우리는 인권위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현실을 보라. 사회적 약자가 유일하게 기댈 곳이 인권위다. 그런 인권위를 강화는 커녕 축소하겠다니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소가 웃을 일이다. 인권위 축소 반대가 아닌 '인권위 확대'를 외친다!"

이명박 정부와 행안부가 저지르고 있는 삽질에 대해 풍자하는 퍼포먼스도 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찰리가 없었다.
인권을 침해받아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사람을 표현한 하얀 가면을 쓰고
인간답게 살 권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빨간 장미꽃에 <여성인권 보장하라> <인권위 축소 반대> 등의 구호를 달아 정부중앙청사 후문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했다.


국제적 기준으로도 A등급을 받을만큼 한국의 국가인권위는 세계적 모델이 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과
무식한 정부가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서
더더욱 국민의 인권이 위협당하는 요즘에 인권위 축소란 정말 있을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MB는 눈엣가시를 뽑고 싶기야 하겠지만,
인권위는 정부가 만든 기구가 아니다.
국민들이 만든거다. 인권을 침해당해왔던 사람들이 만들고, 인권을 지키고 싶은 국민들이 만든거다.
차별받고 소외되어온 사람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만든 '비빌 언덕'.
그 언덕을 내줄 순 없는 노릇!
공권력으로부터 인권침해가 더 심각해지는 때에 비빌언덕까지 삽질로 파내겠다니! 절대 안된다.
세계적 모델이었다가 한순간에 망신살이 뻗칠수야 없지 않은가!
정부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인권위 독립성을 훼손하지 말아야한다.

(사진 :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펌)
http://www.women21.or.kr/news/?pid=news&sid=04&gbn=view&ix=1338
난 주로 버스를 탄다.
지하철을 탈 일은 별로 없다.
그래도 한번씩 지하철을 탈 때마다 광고를 열심히 보게 된다.
뭐.. 사실 지하철 안에서 별로 볼게 없으니까 보는 것도 있지만.

지하철 탈때마다 한번씩 보면서 '저건 아니다'라고 생각했던 광고가 있었다.
"지나친 접촉은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듭니다"
찾아보니, 이미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려놓았길래 퍼왔다.


지나친 신체접촉과 성희롱은 확연히 다른 문제이다.
아래 작은 글씨의 설명을 봐도 '의도적인 신체접촉' 이런 식으로만 써있다.
성희롱과 '지나친 애정표현'을 '지나친 신체접촉'이라는 식으로 뭉뚱그려놓은 건 정말 수준이하이다.
무식한 코레일의 차내광고가 보는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런데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며칠 전 지하철을 탔는데 또 하나의 이상한 광고를 봤다. 
"지갑을 열지 말고 휴대폰을 여세요"
(아..사진을 못찍어둔게 새삼 아쉽다)

어? 이게 뭐지?
자세히 읽으니, 지하철 내 영업행위에 대한 경고내용이다.
즉, 지하철 내에서 물건을 팔거나 모금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물건을 사주거나 돈을 주지 말고, 휴대폰을 열어서 신고하라는 거다.
아래에는 신고번호가 적혀있다.

이런...!
지하철 내 영업은 물론 불법이다. 그리고 그렇게 파는 물건이 뭐..뛰어난 질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지하철 내 상업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그동안 지하철 내 방송이나 사지도팔지도 말자던 홍보문구 정도로도 충분했다.
공익근무요원과 역무원들의 단속 정도로는 안되는건가?

지갑을 열지 말고 휴대폰을 열라니?!!
신고를 하라는거 아닌가!
난, 섬뜩했다.
가뜩이나 불안하고 믿을 거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이때에
이렇게 불신을 조장하고 서로가 서로를 신고하는 걸 부추기는, 저런 홍보문구를 내세워야하는가 말이다. 

요즘에 경제위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 안에서 물건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차내 광고를 보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문구를 만들어내나... 하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철도공사든 서울지하철공사든간에 광고를 만들어내기 전에 조금만 더 생각해서
사람들의 올바른 행동을 이끌어내는, 제대로 된 홍보문구를 만들어냈으면 참 좋겠다.
경기도교육감선거가 4월 8일이란다.
경기도교육감 선거는 처음 직선제로 치뤄지는 것이고, 유권자만 해도 811만명이 넘는다.
그러나, 경기도교육감 선거를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의문이 든다.

이번 선거 관리 비용이 460억원이라고 한다.
그 중 홍보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도대체 어디에다 홍보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투표율을 올리는 것은 정말 중요한 문제이다.
단순히 수치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경기도 교육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사안에 더 많은 도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얼마나 그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다.
어디에도 교육감 선거가 곧 있다는 말은 없다.
한 쪽 귀퉁이에 조그맣게 있을까 모르겠지만, 바쁜 사람들이 일일이 구석까지 찾아볼수야 없지 않은가.

그럼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나름대로 경기도교육감선거를 띄워놓긴 했다.
그러나 각각을 일일이 여러번 클릭해 들어가서 자세히 봐야 구체적 정보를 알 수 있다.
그렇게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런지...

오늘 3월 20일부터 24일까지는 부재자투표 신고를 하는 기간이다.
난 4월 8일에 여행이 이미 계획되어 있으므로 부재자투표신고를 할 생각이다.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전해듣지 않았다면 부재자투표를 하는 기간인지 뭔지 알게 뭔가. 
선거율을 정말 올리고 싶다면 부재자투표를 적극 홍보해야함은 당연한 것이다. 
덧붙여, 부재자투표신고기간이 겨우 1주일... 우편신고하기엔 너무 짧다는 생각을 해본다.

연령대별 선거율을 어떻게 올리고자 노력하는가는 사실
어느 후보에게 유리한가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그런만큼 더욱 신경써서 다양한 투표참여 홍보전략을 구사해야한다.

경기도교육청과 선관위는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경기도교육감선거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길..!

그리고 나처럼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은 부재자신고도 열심히 하고, 투표에도 참여해서
정말 교육을 정상적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더 리더(The Reader) : 책 읽어주는 남자"

제목만 겨우 알고 우연한 기회에 가게 된 시사회.
기껏해야 케이트 윈슬렛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라는 점, 그리고 나이든 여자와 어린 남자의 사랑 정도로만 알고 갔다.

영화 초반을 장식하는 배우들의 파격적이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한 노출.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이건 뭔가...보통의 헐리웃 영화들과는 사뭇 다른걸?!

영화 중반 이후부터 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헐리웃 영화 중에 내가 이렇게 눈물흘린 적이 있던가? 그녀와 그가 만들어내는 눈물은 결코 극적이지 않았고, 그러므로 억지스럽지 않았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영화는 최근 몇달간 내가 본 영화 중 단연 최고였다. 
글쎄...극적인 멜로영화를 원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는 좋은 선택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러나 자신의 모든 생애와도 맞바꿀 수밖에 없었던 비밀과 자존심, 죄책감을
이 영화는 영화 상으로 가능한 한 최대한을 표현해주고 있다.

벤자민버튼의 브래드 피트도 나를 놀랍게 했지만,
더 리더의 케이트 윈슬렛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이 상이 영화선택의 판단기준을 제공해주지는 못하지만..)이 결코 아깝지 않다는 것, 케이트 윈슬렛이라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더 깊어진 배우를 만난 즐거움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그리고 데이빗 크로스라고 했던가.. 남자주인공의 10~20대를 연기한 남자배우의 발견 또한 소중하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제 소감을 여지없이 적으려다보니..;; 영화내용을 미리 알고 싶지 않은 분들은 영화 보신 후에 다시 들러주세요~ *



무기징역을 선고받을지언정, 자신의 자존심을 버리고 싶지는 않았던 그녀.
그녀에게 자신의 사적 비밀, 혹은 컴플렉스를 드러낸다는 것은
어쩌면 자기의 남은 모든 생애와도 맞바꿀 수 없는 것이었으리라.

외근직에서 사무직으로의 승진은
그녀 자신이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었기에,
그녀가 새로 찾게된 인생의 기쁨과 사랑, 터전마저 모두 포기하는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승진을 포기하고, 삶의 터전을 옮기고, 나치 친위대로서 자기를 망치는 길은,
그녀에게는 자신이 스스로 지키고 싶었던 최후의 보루-그것이 '자존심'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를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 누구에게도 드러내보이지 않았던 자신의 내면이 세상과 맞닿는 순간이지 않았을까.
그녀 자신이 다른 세상과 타인과의 관계 맺는 시작이었을 수도 있겠지.
또는...
그녀의 온몸으로 똘똘 뭉쳐져있는 컴플렉스로부터의 일시적인 탈출과
새로운 자신, 혹은 자신과 세상의 새로운 만남을 향한 기대와 희망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가 책을 읽어준 그 순간은,
그래서 그녀에겐 새로운 인생이었으리라.
인생의 전부...
몇십년만에 교도소에서 만난 마이클이 한나에게 "옛날일 생각하냐?"고 물었을 때,
마이클은 친위대로서 만행에 가담했던 그녀의 "옛날"을 묻지만,
한나는 그와 그녀가 함께했던, 즉 그가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었던 그 "옛날"을 말한다.
그것이 그녀에겐 인생이었기에, 단순히 옛날일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ing이리라.
그러므로 그의 녹음테이프를 통해 다시 되살아나는 자기 인생의 절정 앞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컴플렉스에 직면하는 도전을 하게 된다.
어쩌면 그녀는 그런 자신의 '현재'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기에
자신의 컴플렉스로부터 스스로의 힘으로 막 빠져 나와 바깥으로 걸어가려하던 그녀에게
마지막의 선택은 어쩌면 최선이었을 것도 같다. 

이 영화는 표현의 방식과 수위조절이 너무나도 훌륭하다.
제일 돋보이는 것은,
그가 그녀에게 "나는 당신이 문맹인 것을 알았다(알고있다)"는 식의 화법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끝까지 개인적 비밀을 숨김으로써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고 인정해준 사람, 이것이 바로 The Reader이다.
그가 리더(reader)로서 책을 녹음해줄 때, 그리고 그녀가 그 책을 들을 때
그것만으로도 삶의 여정과 깊이가 드러나고 표현되는 것에 마음이 흔들리고 감동이 따라온다.

그가 책을 녹음하고,
그녀가 녹음된 책을 듣고,
녹음된 책을 듣고 듣고 또 듣다가
단 한번도 자신의 손에 들어보지 않았던 책을 스스로 찾게 되고,
그러다 단 두 줄의 짧지만 긴 편지를 쓰게 되는 그 과정들...
선에 불과하던 싸인이 정확한 자기 이름으로 변하는 순간들...
그 변화의 흐름이 적절히 절제되면서도 아낌없이 표현되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소소한 다른 것들도 함께 생각해볼만하다.
나치의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 심판하는 자들과 심판받는 자들이 남았다. 
영화를 보면서 침묵하거나 방관함으로써 동조했던 다수의 독일인들 사이에서,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을 악용하여 그녀를 주동자로 모는 심판받는 자들 속에서
"임무", "직업"으로서 가담했음을 있는 그대로 덤덤하게 털어놓는 한나는
오히려 무식하고 순진해보이기까지 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사실 나는 과연 심판하는 자들은 그렇게 떳떳하기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재판하는 씬과 마지막 생존자 가족을 만나는 씬에서 감독은 이를데없이 현명하다.
감독은 그녀는 선하거나 억울한 희생양로 만들지도,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진부하지만 진심을 알 수 없는 모습으로 그리지도 않는다.
마찬가지로 유태인 생존자와 가족들도 덤덤하게 그려낸다.
이 시점에서 역사적 정의만을, 혹은 사적인 진실과 그 고통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
감정적으로 그렸다면 이 영화는 이렇게 빛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서도 한동안 자막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뒤늦게 영화관을 빠져나왔다. 
출구 앞에 붙어져있는 포스터를 보고,
이 영화의 감독이 디 아워스와 빌리 엘리어트의 감독임을 알았다.
어쩐지 섬세한 연출이라 했다.

다만, 한국어판 포스터에 적힌 문구는 이 영화를 확 깎아먹었다.
"사랑을 말하지 못한 남자, 그 사랑을 믿지 않았던 여자" 라니...
"3월, 한 남자의 일생을 뒤흔든 사랑이 시작됩니다"라니...
사랑얘기라고 해야 먹힌다고 생각해서일까..
영화의 핵심내용에서 꽤나 비켜간 홍보사의 초점이 몹시 아쉬웠다.

이렇게 스포일러를 왕창 뿌렸지만, 
이 글만 보고 영화를 알았다고 생각하지는 말시길..!
안타깝게도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할 것 같긴 하지만,
꼭 한번 봐야할 영화로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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