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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과 생각의 찌끄레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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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고 집에 먹을것도 없어서 밥먹으러 밖에 나갔다 왔습니다.
얼마전 일산칼국수 가봤을 때 명지병원 쪽에 음식점들이 늘어서있던 것이 기억나서 그쪽으로 갔죠.

차타고 둘러보면서
남편은 해장해야한다고 해서 고기집이나 국수집 가기는 그렇고,
저도 딱히 먹고 싶은게 있는건 아닌지라 고민하다
<두부마을과 돌솥밥> 간판을 보고 들어갔어요.
뭐...두부전골 정도면 해장이 되리라 생각하구요.

두부버섯전골에다, 각각 천원씩 추가하면 돌솥밥으로 해준다고 해서
총2만원에 두부버섯전골과 돌솥밥 2인분을 시켰습니다.
 
전채로 순두부와 샐러드, 느타리버섯구이와 두부김치가 나오더군요.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순두부는 고소하니 맛있더군요.
시간이 좀 걸린다 싶더니 반찬들이 먼저 나왔습니다.
반찬 중에서 두부에 무친 나물과 시래기무침, 고추튀김은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나온 두부전골!
... 아니! 이건 국물이 왜 이래?!
약간 멀건데다 딱 보기에도 맛이 없어보이더군요. (사진을 안찍은게 안타깝네요...뭐 그럴 가치도 없었지만...)
그래도 끓이다보면 좀 괜찮아지려니 했습니다.

전, 제가 들어가자고 해서 들어간 음식점에서는 웬만해선 밥먹는 중에 크게 불평하지 않는 편입니다.
민망하잖아요..
근데, 이건 정.말.너.무.심.하.더.군.요!!!
전골에 들어가있는 두부는 심심하고, '각종 버섯'은 겨우 느타리,팽이,간간이 있는 표고버섯이 전부이며,
눈꼽만치 들어가있는 소고기는 정체를 알 수 없고, 낙지는 언제적껄 썼는지 당췌 씹히질 않더군요. 이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국물은 이건 뭐 라면스프도 아닌 것이 도대체 뭘 넣고 끓였길래 고따구 맛이 나는지...!
패밀리가떴다 애들이 끓인 최악의 국도 이것보단 나으리라 생각들더군요.
어찌 그런 국을 내놓고선 음식점을 하는지... 저같으면 부끄러워서 못할거 같던데 말이죠.

두부마을이 체인이라 두부음식을 좋아하는 저는 특별히 아는데가 없는 곳에서는 두부마을에 간적이 한두번 있었는데,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근데 손님은 꽤 많더라구요. 다른 음식들은 괜찮은건지, 아님 그분들도 처음 온건지 모르겠지만요^^;;;
 
하여튼 계산하고 나오는데 돈이 무지하게 아깝더라구요.
계산대 주인한테 '정말 맛없어 죽는 줄 알았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별로 그럴 가치조차 느끼지 못해 그만뒀습니다.
나올 때 공짜로 가져가라고 놔둔 콩비지만 큰걸루다가 두 봉지 가져왔지요.

먹는 내도록 완전 불평하면서 먹었네요.
맛없는 걸로 배를 채울 때의 고통을 심히 느끼면서요..^^;;;
 
고 근처에 들르실 일 있으면 두부마을과 돌솥밥은 절대 비추입니다.
저희와 같은 난데없는 피해자(!)가 없길 바라며;;;


 

지난 주 수요일, 두번째로 찾아간 산부인과.
갑작스레 찾아온 임신소식처럼 유산은 또 다시 갑작스러웠다.
애기집은 있었지만, 아기의 심장은 더 이상 관찰되지 않았다. 
그  소식을 전해주던 의사의 안타까운 목소리를 뒤로 하며 1시간여를 그렇게 울었다.

계류유산.
이름만 들어봤던 것이 나에게도 왔다.
의사는, 나의 유산이 자궁내 환경의 문제라기 보다는 아기(수정란) 그 자체가 유전적 결함에 의해서 자연도태되듯이 유산된 경우라고 했다.
하혈을 하거나 아파서 유산사실을 알게 된 것이 아니어서, 
의사의 말처럼 다른 외부적 요인 때문이 아닌데다
아기는 이제 겨우 5~6주에 불과해 아직 정이 많이 들지 않아서였는지
정신적 아픔이 많거나 하진 않았다.

유산사실을 알게된 다음날 수술을 하고 아픈 배를 움켜쥐고 집에 돌아와
시어머니가 끓여주시는 미역국을 먹었다.
시어머니가 너무 고마웠지만, 그래도 친정식구들이 멀리(부산) 있어 이럴 때 못보는건 참 아쉽고 서운한 일이었다. 친정엄마도 항암치료 후 회복기간이셔서 아무리 KTX라도 장시간 여행은 불가하니 하루에 2~3번씩 전화통화를 할밖에 다른 수가 없었다.

여성단체 활동을 한다는 것이 새삼 고마운 시기였다.
나의 유산소식을 알게 된 사무실 식구들은 나의 모든 일을 다시 정리해 각자 나눠가졌고,
나에게 열흘의 휴가를 통보(!)했다.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말고 집에서 푹~쉬라고.
오늘까지가 마지막 휴가이다.
휴가기간동안 푹 쉬긴 했지만 책이라도 좀 읽어둘껄...하는 아쉬움과 후회는 왜 꼭 마지막에 절실해지는걸까...ㅋㅋ

입덧은 수술 이틀 후 정도부터는 완전히 없어졌다. 흔적도 없이.
이제 한 2달 정도는 피임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내일은 병원에 다시 가서 수술 이후 깨끗하게 완치되었는지 초음파검사를 할 예정이다.

갑작스레 다가왔다가 부모될 준비를 시작하려는 찰나 떠난 애기.
아마 그 아이는 우리 부부에게 부모가 된다는게 뭔지 사색하고 마음의 준비를 시작하라고 우리에게 알려주려고 왔다간 모양이다.
그 아이로선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부부는 생명의 소중함과 '부모'라는 이름으로 시작될 우리의 또 다른 정체성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된 셈이니까.

이제 두 달 이후, 정확히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건강하고 야무진 애기가 곧 찾아오겠지.
내년에 아기를 가질거라고 계획은 했지만,
이제 그 계획이 바램이 되고 있다. 더 소중하고 조심스러운 바램.
곧 찾아올 우리의 아기를 생각하며,
혼자 슬며시 지어보는 미소로 나의 유산 휴가를 끝낸다.

새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
당황스러우면서도 신기한,
기쁘면서도 오묘한,
그 무엇...

요즘 몸이 안좋았다.
열흘새 창원에 2번, 부산에 1번.. 승용차와 기차로 장시간 이동한 것만 30시간 남짓.
게다가 한 프로젝트 정리하고 또 다른 프로젝트 신청하느라 이틀을 새벽4시에 일어났다.
그토록 무리했으니 몸이 안좋을밖에. 

결국 어제는 출근하자마자 휴가원을 던지듯 내고 퇴근해버렸다.
집에 와서 3시간을 내리자고 일어나 밥을 먹었지만, 메슥거리는 속도, 피곤한 몸도 잘 달래지지 않았다.
최근에 다시 재발한 갑상선이겠거니... 생각하고 약 꼬박 챙겨먹으려 노력했을 뿐.
그러다 문득 그래도 혹시나 싶어, 약국에 갔다왔다.

설마...했던 것이 금새 결과로 나타났다. 10초도 지나지않아 나타난,
두 줄의 선명한 보라색.
눈을 씻고 다시 보았다.
..임신이다.

아니... 이게 아닌데...
내년 초 3~4월경에나 임신을 계획했던 나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난, 갑상선 약을 먹고 있었으니 더더욱 당혹스러울 밖에.
인터넷을 찾아보아도 시원찮았다.

나의 당황스러워하는 반응에 남편도 기쁘지만 어찌 표현해야할지 모른채
눈치를 보며..ㅋㅋ 나를 꼭 껴안아주고 다른 때보다 손을 자주 잡아주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바쁘다는 그를 굳이 데리고 함께 병원에 갔다.
초음파로 처음 아이를 만났다.
제 딴엔 작아도 생명체라고 심장이 뛰고 있었다. 심장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작지만 분명한 박동...
시큰둥하던 그도 눈이 휘둥그레해져 초음파 화면속으로 뛰어들듯 빤히 쳐다보며 신기해했다.
이미 아이는 4~5주 정도 자라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얘는 자기의 존재 신호를 나에게 계속 보내고 있었다.
모를 때에는 그것이 임신의 징조임을 몰랐던 많은 증상들이, 퍼즐처럼 맞아들어갔다.
자기 몸에 무관심한 여성들을 보며 약간은 한심하게 생각했던 그 행동을 내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산모수첩을 받아들고 뒤늦게 출근했다.

어찌됐던 모든 사람들이 축하해주었다.
특히 친언니의 8년간 불임으로 속을 까맣게 태우고 또 태웠었던 친정엄마는 너무 기뻐하시면서 또 고마워하셨다. (언니는 모든 불임시술이 실패했지만 결국 9년째 자연임신해 지금은 이쁜 조카가 자~알 크고 있다)
4번의 항암치료를 끝내신 엄마는 이제 모든 걱정을 놓으셨다면서 자신의 건강회복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기쁜 숨을 내쉬셨다.


... 아직은 모르겠다.
난 아직 준비가 안되었지만, 생명은 이미 잉태되었다. 
이제 가만히 앉아있어도 내 자신만의 몸이 아닌 것 같이 느껴지고, 
내 몸의 조그만 증상도 뭔가 말을 거는 것 같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듯 하다. 

우린 아직은 부모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내가 말하는 부모될 준비라는 건, 뭐... 완벽한 준비를 말하는 건 아니다. 그런건 가능하지도 않은 말이니까.
다만 각자의 시간을 얼만큼 투자하고 배려하는가에 대한 결심이라고나 할까...

어제오늘의 교훈(?)은,
어쨌든.. 인생이 계획한 대로만 되는건 아니라는 거다.
뭐 그렇다고 언제는 계획한대로만 잘된건 아니지만.

이제 준비를 시작해야겠다.
아직은 내년 상반기만 일을 하고 잠시나마 접어야되게 정해져버린 이 상황이
약간은 억울하지만.
그 억울한 마음이 가시도록 나도 준비하지만,
이미 얼마간의 육아휴직을 나름 결심한 남편 역시 준비시켜야겠다. 

2주후에 만나는 아이는 얼마큼 자라있을까...
근데 정말, 태몽은 누가 꿔준걸까...???
(태몽없는 아이는 무효라며 억울해하던 남편의 모습이 오버랩되는군..ㅋㅋ)

어제, 2008년 10월 13일. 
결혼한지 꼭 1년이 되었다.

30평생 한번도 보지 못했던 사람과 한 집에서 마음을 맞추고 살아간다는 것
어쩌면 신기한 일이기도 하고 대단한 일이기도 한 것 같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임은 당연하고.

우리 둘 모두를 아는 한 언니의 소개와 450일의 연애로 작년 어제 결혼식을 올렸던 우리는
어느덧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결혼1주년을 기념해 일본으로 여행가자고 시작했던 적금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미친듯한 고환율과 경제, 거기에 겹친 가계경제상황에 일본여행은 일치감치 포기했고,
10월엔 내가 일하는 단체 사정으로, 11월중순까진 그가 일하는 단체 사정으로
장거리여행은 11월중순 이후로 일치감치 미뤄놓았다.

어제 저녁.
일을 마친 우리는 광화문의 한 서점에서 만났다. 
그리고 각자 듣고 소장하고 싶은 CD를 골라 서로에게 선물해주었다.

꽃집 아들로서 결혼전에는 아버지 덕택에 꽃바구니를 종종 내게 선물했지만,
자기 돈으로는 사본적이 없는 꽃 한송이를 거금3천원을 들여 사들고 온 그는,
나에게 퓨전국악그룹 <그림(The林)>의 첫번째 앨범 "판프로젝트Ⅱ"를 선물했다.

지난 주말 편지를 써야지 마음먹었지만 드라마 볼 시간 내느라 그 결심을 까먹었던 나는,
그에게 <Jason Mraz>의 "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를 선물했다.

우리가 함께 맞았던 2008년 새해, 우리는 종로의 한 서점에서 서로에게 책을 선물했었다.
그리고 우리의 첫번째 결혼기념일, 우리는 서로에게 음악을 선물했다.
물론... 어떤 음악들은 mp3로 다운받을 수야 있겠지만,
CD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이젠 흔치 않은 일이 되었고,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받는다는 것은 더 의미있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우린 앞으로 새해에는 책을, 결혼기념일에는 CD를 선물하자고,
우리만의 기념방식을 그렇게 만들기로 했다.

심사숙고끝에 고른 CD를 가지고
사무실 친구가 소개해준 두르가에서 저녁먹기에 앞서
카드 한장에 한면씩 서로에게 줄 글들을 나눠 쓰고 선물을 전달했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며 결혼2주년까지 무엇을 할 것인가 함께 얘기했다.
각자가 넣어놓은 각자의 펀드는 알아서 하기로 하고~ㅋㅋ

2세 계획을 얘기했다.
그는 서른 다섯. 적은 나이는 아니므로 처음부터 그는 빨리 아이를 갖자고 했다.
나 역시 적은 나이는 아니며, 아이도 좋아하므로 갖긴 할 것이다.
우리의 애초 계획은 1년 신혼생활 이후 아이를 갖자고 했었다. 

몇달전쯤이었던가.
나는 아이를 가질 준비가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었다.
아이는 정말 소중한 존재이고 아이를 키움으로써 얻는 행복은 어디에도 비할바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아이를 위주로 나의 모든 시간과 삶이 재편되는 것을, 사실 난 원치 않았다.
시간의 재편은 어쩔 수 없으리란 걸 알면서도.
아니, 이미 예상되는 일이므로, 그렇다면 좀 더 미룰 수 없을까 생각했었다.

최근에는 더 넓혀서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시간과 삶의 재편이 어찌 나만의 것이랴.
문제는 우리가 부모될 준비가 되었느냐 아니냐라고 생각했다. 나 말고 우리.

그에게 물었다.
부모될 준비가 되었느냐고. 아이는 홀로 크지 않는다고.
우리가 처음부터 부모될 준비를 다 갖추고 아이를 가질 수는 없지만,
내가 말하는 부모될 준비라는 것은 돈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라고.
당신의 시간을 내놓을 수 있냐고.
그는 언뜻 지나가듯 "애들은 알아서 잘 크던데.."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렇게 잘 알아서 크는 것처럼 보였던 아이들의 육아에 남자들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겠지만, 여자들이 대부분 키웠기에 '잘 알아서 크는 것처럼' 보였을 뿐임을 말해주었다.

친정엄마도, 시어머니도,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을 뿐 아니라, 맡기지 않으려고 하기에
적어도 부모 품에서 온전히 커야할 1년의 시간을 그와 내가 함께 책임져야함을 얘기했다. 
일을 포기하고 아이를 키울 결심을 한다는 것은 내 몫이 아니라 둘 다의 몫임을.
6개월의 육아휴직을 서로 엇갈려 가질 결심조차 하지 못한다면
자기 시간의 재편을 기꺼이 다짐하지 못한다면
아이를 가질 수는 없는 일이라고.
자기 일을 포기하기 싫은 것처럼 나 역시 마찬가지인 것을 되돌려 생각해보라고 했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저녁마다 누가 어린이집에 데리러 갈 것인지 일주일치를 미리 스케줄을 공유하는 일은 그 다음에 가능한 일임을 얘기했다.

물론, 그에겐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 역시 쉽지 않다. 특히 난 혹 이런 충분한 의논과 소통의 시간 없이 나중에 아이와 남편을 원망하며 살아가고 싶진 않다. 그건 나에게도, 그에게도, 아직은 없지만 미래에 생길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모두 안좋은 영향만 끼칠 뿐이기에.

그렇게 짧지만 짧지 않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의 첫번째 결혼기념일은 이렇게 보냈다.
언젠가는 함께 나눠야지 생각했던 얘기들... 우리의 결혼생활에서 당장 일어날 미래를 고민하고 의논했다.

우리는 아직 아이를 언제 가질 지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 결심을, 부모될 준비가 되었을 때 가지기로 했다. 
무심해보이지만 무심하지 않은 남편의 고민하는 모습을 몇달간 더 지켜보게 되리라.
그리고, 그때는 그리 멀지 않으리라.

내년 이맘때, 우리의 결혼2주년은 어떤 모습일지 문득 궁금해진다.

아버지가 조기퇴직하시기 직전 7월말 두 분께서는 건강검진을 받았다.
건강검진에서 당뇨병이던 아버지는 다행히 다른 병이 없으셨지만
어머니는 유방암 진단을 받으셨다.
씁쓸하던 아버지의 조기퇴직이 전화위복이 되던 순간이랄까.

어머니는 곧장 입원하셨고 수술도 잘 받으셨다.
한쪽 가슴을 완전히 절제해냈으니 끝일 것이라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인파선에 일부 전이되었고 항암치료를 4번 해야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1차 항암치료를 받은 이후 2주 가까이 음식을 거의 입에도 대지 못하고 있다던
엄마의 힘없는 목소리를 전화기 너머로 들으며
경기도와 부산이라는 시공간적 차이가 하염없이 멀리 느껴지던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눈물로 애태우다가
지난주 울산으로 출장간 나는 일이 끝나자마자 원래 2달전부터 예정했던 동해도보여행에서 빠져 곧장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에서 마주한 엄마는 수척해진 병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암병동에서 퇴원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퇴원한 다음날 요양병원에 다시 입원한 참이었다.
그리고 낯선 모습이 뭔가 싶어 유심히 보니, 엄마 머리 위에 두건이 씌여있었다.
엄마를 모시고 잠시 외출해 집으로 돌아와서 두건을 들춰보니 
엄마 머리는 정말 몰라보게 빠져있었다.

우리집은 집안 식구들이 모두 엄청난 머리숱을 자랑하는 집안이다.
나도 심히 많은 머리숱 때문에 단발령을 내리던 중고생시절이 괴로웠고
심지어 우리 조카는 태어나자마자 머리가 너무 많아 신생아실 간호사들이 핀을 꽂아줄 정도였다.
그 머리숱의 원조는 물론 우리 어머니였다.
그런 어머니의 머리에 풍성하고 짙은 갈색머리가 아니라 허연 살색이 듬성듬성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항암치료를 하면 그걸 견뎌내는 몸 때문에도 힘들지만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에 가장 힘들어한다고 한다.

엄마의 요청에 따라 하룻밤 집에서 자고 단골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싸고있던 두건을 벗었다. 
미용실 아줌마는 정말 다 깎아낼거냐고 한번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울지말라고, 괜찮다고, 괜찮을거라고 다짐시켰다.
바리깡을 들고 아래에서부터 위로 깎아내기 시작했다.
금새였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만 남은 것은.
너무 순식간이어서 엄마도 나도 눈물흘릴 새도 채 주어지지 않았다.

돈 안받겠다는 미용실 아줌마에게 기어이 돈을 쥐어주시고
나오시는 길에 어머니는 눈물을 보이셨다.
미용실 아줌마도 눈물을 보이고, 나도 함께 울었다.
엄마는 펑펑 울지 않았다. 한두줄기 잠깐 흘렸을 뿐이다.

엄마의 눈물은 무엇에 대한 눈물이었을까.
삶에 대한 회한의 눈물이었겠지.
20살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시집와서 시집살이 있는대로 다하고
온갖 뒷바라지 다했던 시동생들에게 배신당하고 등쳐먹히면서
자신은 먹을 것 하나, 입을 것 하나, 갖고 싶은 것 하나 맘대로 못챙겼던 당신의 삶..
어느 새 돌아보니 병든 몸뚱아리 하나 남아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고,
그동안의 고생이 암덩어리로 남아 당신의 몸과 마음을 이다지도 괴롭히는 것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으리라.

엄마의 깎여진 머리카락을 보며
머리카락을 완전히 밀어내던 그 때
엄마의 고통과 한, 슬픔도 그렇게 깎여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암치료를 끝내고 나면 반년이 채 되지 않아 다시 머리가 난단다.
그렇게 새로 태어난 머리는 예전 머리랑은 다른 결이란다.

지금은 비록 쓸쓸하고 괴로우실테지만
나중에 새로 날 머리카락처럼
항암치료를 이겨낸 엄마에게 새로운 인생의 후반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래본다.

수목드라마들 때문에 영 심상치 않다.
드라마들을 웬만하면 안보려고 하는데..
그래도 요즘 그다지 확 잡아당기는 드라마는 없었는데...

이거야 원 강마에 때문에 수욜 된게 즐겁다니..
일할려고 싸들고 10시에 맞춰 들어왔는데,
결국 강마에 연기만 줄창 보느라 일 하나도 못했다ㅠㅠ
김명민 연기 잘하는 줄이야 진작에 알았지만 역시...
지휘하는 연기가 어찌나 섹쉬해주시는지~ㅋㅋ
이름이쁜 그녀 정희연(송옥숙)의 솔로연기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강마에의 시향 지휘 선언에 이거 좀 시시한데~ 생각했었는데, 오디션 반전 괜찮았다.

근데 사실 베토벤 바이러스는 크게 보면 줄거리는 별거 없을 것 같다.
물론 홍자매 브랜드에 맞게 그녀들의 독특한 시나리오 매력이 있을거라는 기대는 있다. 갠적으로 홍자매 무지 좋아한다.

바람의 화원은 결국 강마에 때문에 뒤 10분 밖에 못봤다.
어설픈 예고편 때문에 별로 볼 생각 안하고 있었는데,
이거 또 장난이 아닐 듯 하다.
소설이 원작이니 얘기 풀어가는게 보통은 아닐 것이고,
캐릭들도 만만치 않을 듯...
나도 모르게 어느새 예고편 다시 찾아보고 있는...츄릅~~^^;

아~~ 드라마의 세계에 나는 또 다시 빠져들고 마는 것인가...
나는 M본부를 닥본사해야하나, S본부를 닥본사해야하나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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