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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과 생각의 찌끄레기들~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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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
당황스러우면서도 신기한,
기쁘면서도 오묘한,
그 무엇...

요즘 몸이 안좋았다.
열흘새 창원에 2번, 부산에 1번.. 승용차와 기차로 장시간 이동한 것만 30시간 남짓.
게다가 한 프로젝트 정리하고 또 다른 프로젝트 신청하느라 이틀을 새벽4시에 일어났다.
그토록 무리했으니 몸이 안좋을밖에. 

결국 어제는 출근하자마자 휴가원을 던지듯 내고 퇴근해버렸다.
집에 와서 3시간을 내리자고 일어나 밥을 먹었지만, 메슥거리는 속도, 피곤한 몸도 잘 달래지지 않았다.
최근에 다시 재발한 갑상선이겠거니... 생각하고 약 꼬박 챙겨먹으려 노력했을 뿐.
그러다 문득 그래도 혹시나 싶어, 약국에 갔다왔다.

설마...했던 것이 금새 결과로 나타났다. 10초도 지나지않아 나타난,
두 줄의 선명한 보라색.
눈을 씻고 다시 보았다.
..임신이다.

아니... 이게 아닌데...
내년 초 3~4월경에나 임신을 계획했던 나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난, 갑상선 약을 먹고 있었으니 더더욱 당혹스러울 밖에.
인터넷을 찾아보아도 시원찮았다.

나의 당황스러워하는 반응에 남편도 기쁘지만 어찌 표현해야할지 모른채
눈치를 보며..ㅋㅋ 나를 꼭 껴안아주고 다른 때보다 손을 자주 잡아주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바쁘다는 그를 굳이 데리고 함께 병원에 갔다.
초음파로 처음 아이를 만났다.
제 딴엔 작아도 생명체라고 심장이 뛰고 있었다. 심장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작지만 분명한 박동...
시큰둥하던 그도 눈이 휘둥그레해져 초음파 화면속으로 뛰어들듯 빤히 쳐다보며 신기해했다.
이미 아이는 4~5주 정도 자라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얘는 자기의 존재 신호를 나에게 계속 보내고 있었다.
모를 때에는 그것이 임신의 징조임을 몰랐던 많은 증상들이, 퍼즐처럼 맞아들어갔다.
자기 몸에 무관심한 여성들을 보며 약간은 한심하게 생각했던 그 행동을 내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산모수첩을 받아들고 뒤늦게 출근했다.

어찌됐던 모든 사람들이 축하해주었다.
특히 친언니의 8년간 불임으로 속을 까맣게 태우고 또 태웠었던 친정엄마는 너무 기뻐하시면서 또 고마워하셨다. (언니는 모든 불임시술이 실패했지만 결국 9년째 자연임신해 지금은 이쁜 조카가 자~알 크고 있다)
4번의 항암치료를 끝내신 엄마는 이제 모든 걱정을 놓으셨다면서 자신의 건강회복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기쁜 숨을 내쉬셨다.


... 아직은 모르겠다.
난 아직 준비가 안되었지만, 생명은 이미 잉태되었다. 
이제 가만히 앉아있어도 내 자신만의 몸이 아닌 것 같이 느껴지고, 
내 몸의 조그만 증상도 뭔가 말을 거는 것 같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듯 하다. 

우린 아직은 부모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내가 말하는 부모될 준비라는 건, 뭐... 완벽한 준비를 말하는 건 아니다. 그런건 가능하지도 않은 말이니까.
다만 각자의 시간을 얼만큼 투자하고 배려하는가에 대한 결심이라고나 할까...

어제오늘의 교훈(?)은,
어쨌든.. 인생이 계획한 대로만 되는건 아니라는 거다.
뭐 그렇다고 언제는 계획한대로만 잘된건 아니지만.

이제 준비를 시작해야겠다.
아직은 내년 상반기만 일을 하고 잠시나마 접어야되게 정해져버린 이 상황이
약간은 억울하지만.
그 억울한 마음이 가시도록 나도 준비하지만,
이미 얼마간의 육아휴직을 나름 결심한 남편 역시 준비시켜야겠다. 

2주후에 만나는 아이는 얼마큼 자라있을까...
근데 정말, 태몽은 누가 꿔준걸까...???
(태몽없는 아이는 무효라며 억울해하던 남편의 모습이 오버랩되는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