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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과 생각의 찌끄레기들~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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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석하고 지친 마음을 위로할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몇달간을 돌아보자면...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만으로도 참 기특한 일이다.

 

열달 내내 했던 입덧과 출산으로 잊고 있었는데,

그림책을 읽을 때, 그리고 좋은 그림책을 누군가에게 소개해줄 때 

난 항상 즐거웠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 그림책 포스팅을 하나씩 시작해보련다.

 

몸에도 마음에도 봄을 준비해볼까...

이런 나에게 처음 생각나는 그림책은 바로 이것!

 

 

<코를 킁킁>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려요."로 시작하는 내용답게

이 책은 온통 흑백으로 되어 있다.

내리는 눈, 눈으로 뒤덮인 숲속은 모두 하얀색,

나무와, 겨울잠을 자는 들쥐, 곰, 달팽이, 다람쥐, 마르모트... 숲속의 모든 이들은 모두 검은색과 회색으로.

 

어쩌면 그래서 아이들이 처음엔 큰 호감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림책의 가장 큰 재미는,

읽어주는 사람이 얼마나 감동과 흥미를 느끼느냐에서 비롯된다는게 평소 나의 생각이다.

내가 감동과 흥미를 느끼고 읽어주면, 그걸 듣는 애는 같이 재미있어하는 법이다.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때의 감동이 생생하다.

 

온통 흑백으로 뒤덮인 책.

동물들이 죄다 겨울잠을 잔다.

 

 

 

그러다 하나씩 눈을 뜬다. 그리고선 하나씩 코를 킁킁.

근데 갑자기 눈위를 달린다.

동물들이 차례차례, 모두들 한 방향으로.

사실 내용도 그림도 단순하다.

 

"모두 코를 킁킁. 모두 달려요.

모두 멈췄어요.

 

모두 멈췄어요. 모두 웃어요.

모두 웃으며 신나게 춤을 춰요"

 

갑자기 뭔일인가 싶다.

특별한 표정없던 동물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웃기 시작하는데,

마지막 쪽을 넘기고선 얼마나 놀랍던지...

 

흑백의 동물들이 노란색 작은꽃 한 송이를 빙 둘러싸고 있는거다.

느닷없이 나타난 노란색 하나가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겨울을 지나고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 한 송이의 향기를 맡고 모두들 달려온거다.

그리고 그 생명에 기쁨과 환희를 맘껏 표현한다.

 

그림에도, 글에도 군더더기가 없다. 그림체도 소박하다.

외국 작가의 작품(미국인듯)인데, <The Happy Day>라는 영어제목보다,

<코를 킁킁>이라고 번안한 제목이 훨씬 나은 것 같다.

 

내가 처음 이 책을 딸에게 읽어줄 때, 내가 너무 좋아라했을까?!

딸은 아직도 이 책을 보면 "엄마가 좋아하는 책"이라고 가져온다.

 

다시 읽어보니,

나도 문득 노란색 꽃 하나 찾으러 나가고 싶다^^

아니, 그러기엔 봄이 이미 성큼 와버렸나...?!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