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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관'에 해당되는 글 1

  1. 2009.01.16 국립과천과학관! 이렇게 유전자 조작을 찬양해도 되는거야?! 1
지난 주말, 방학을 맞아 언니네 가족이 멀리 부산에서 고양 우리집으로 놀러왔다.
5살짜리 조카를 데리고 야심차게 찾은 곳은 바로 국립과천과학관.

과천대공원과 미술관만 가봤는데,
국립과학관이 2008년 11월에 개관한 걸 나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몹쓸 추위를 뚫고서 찾아간 과학관은 꽤나 규모가 커보였고,
안으로 들어가니 구경할게 굉장히 많았다.
어른1인당 4천원씩을 내고 들어간 상설전시관만 해도
어린이탐구체험관에서부터, 기초과학관, 특별전시관, 자연사관, ... 등등
종류도 다양하고, 아이들이 체험하며 즐기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과학을 배우거나 친밀하게 느끼게 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었다.

어린이체험관부터 시작해 이곳저곳을 1시간을 넘게 돌아다니다가 새로운 관에 들어섰다.
첨단기술관.
뭔가 익숙치는 않았지만 과학의 첨단분야를 다루고 있는 듯 했다.
다니다가 발견한 특이한 색깔의 장미들. 조화가 아니라 생화란다.
어? 여긴 뭐지?
따로 부스처럼 마련되어 있기에 들어가기로 했다.
입구에는 Molecular farming Laboratory, 분자농업 연구소라고 적혀있다.

근데... 천천히 살펴보다보니 이게 뭔가 싶다.
감자와 토마토의 유전자를 결합시켜 만든다는 '분자농업'에 대해서 실물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찬물에 사는 생선의 유전자를 추출해 토마토에 이식하여 냉해에 강한 식품을 생산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에 대해서도 그림과 함께 친절히 설명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사진을 못찍어두었다..)

아니...이건! 유전자 조작에 대한 거잖아?!
요즘이 어떤 때인데? 라는 생각이 들어, 설명들을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았다.
분자농업, 혹은 유전자 변형에 대해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이며, '이를 통해 인류가 대단히 훌륭한 자원들을 얻었다'는 식의 해설 일색이었다.
그 어디에도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부작용과 불안전성, 혹은 그런 문제제기가 있다는 정도의 설명조차 없었다. 

그러고 뒤돌아보니 아이들이 터치스크린 앞에서 북적대고 있다.
"식물 유전자 조작" 코너가 '특별히' 설치되어 있어,
아이들이 줄을 서서 여러가지 식물을 조작해보는 가상체험이 한창이었다.

유전자 조작이 과학기술의 발전이라는 점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대단한 기술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제 심지어 TV오락프로그램에까지 GMO(유전자변형식품)의 유해성에 대해 실험해보이는 마당에, 이렇게 버젓이 내놓고 유전자 조작을 찬양만 하고 있을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저런 가상체험과 해설은 유전자조작이 인류에 큰 도움이 되는 권장할 기술인 것처럼 아이들이 이해하거나 동경할 가능성을 만들어주고도 남는다.

개인적으로 과학에 대해서 아는 바는 거의 없지만,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문제점은
얼마전 유전자 조작 콩과 옥수수를 먹인 애벌레들이 오래지않아 죽어버리던 스펀지2.0의 유전자 조작콩 실험만 봐도 알 수 있다.
동물과 식물 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며, 환경적 재앙과 식량위기까지 일으킬 수 있는 게 바로 유전자 조작 식품이다.
요즘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인 아토피 같은 문제 역시 이런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인상을 찌푸리며 갑갑한 마음을 안고 그 코너를 뒤로 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만난 코너에서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유전자조작식품과 마찬가지로
복제동물에 대해서 친절히 그 '장점'에 대해서'만' 친절히 설명하고 있었다.
제목을 굳이 "복제동물의 '유.용.성'"으로 붙여가면서 말이다.


'과학관'이므로 과학기술의 발전을 중심으로 보여주고 싶은 점,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과학은 그 놀라운 기술만큼
오용,남용할 시 심각한 폐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공식/비공식적으로 제기되는 부작용이나 문제점에 대해서 함께 밝혀주어야 한다.

특히 과천과학관은 '국립'이다.
아무리 우리나라에 GMO 검사 기준이 유럽 등과 비교해 허술하다 할지라도,
우리나라가 재배국을 제외하고 가장 단시간에 가장 많은 GMO 수입을 승인한 나라들 중의 하나라 할지라도,
이런 식의 단편적이고 편파적이며 무식한 과학교육은 곤란하지 않는가. 

과학의 눈부신 기술만 다룰 것이 아니라,
과학의 오,남용에 대해서도 다뤄야하고, 과학기술발전이 인류에게 준 영예와 영광만큼 인류에게 아픔과 피해를 안겨다준 그림자도 알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렇게 과학의 다양한 측면이 고루 인식될 때 과학은 '인간의 모습을 한' 혹은 '자연의 모습을 한' 과학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언젠가 과천과학관을 다시 찾을 때 약간은 달라진 모습을 찾아볼 수 있기를 눈꼽만큼이나마 기대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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