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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과 생각의 찌끄레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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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02 키즈카페, 아이들의 개인정보가 새고있다!
유난히 바빴던 오늘 아침, 멀리 사는 언니로부터 급히 전화가 왔다.
"한 5분 정도 통화 가능해?"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무슨 일인데? 무슨 일 있어?"
"어린이집에서 정말 말도 안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어서 너랑 의논 좀 하려구~"

얘기인즉슨,
7살짜리 조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어제 단체로 키즈카페를 다녀왔단다. 
문제는, 그 키즈카페에서 지문을 통한 적성검사를 했다는 것이다
아이가 가져온 알림장에는 지문 적성검사의 결과지와, 좀더 자세한 내용을 상담하고 싶은 부모들은 연락하라는 내용의 알림이 있었단다.

사전에 전혀 공지없이 키즈카페에 가서 아이들의 지문을 찍어댄 것에
언니는 참을 수 없이 화가 나, 어린이집 담임을 찾아가 항의했지만,
이 문제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돼서 나에게 연락해온 것이었다.

지문을 찍는다는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냥 아이들이 미술시간에 곧잘 하는 손도장 찍기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지문은 개인이 가진 고유한 것인만큼, 그 자체로 가장 핵심적인 개인정보 중의 하나이다.

오죽하면 지난 1999년 새주민등록제도가 도입되면서
국가가 개인의 지문정보를 취득하는 것과 관련해 인권과 프라이버시 침해논란이 크게 일었겠는가.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발이 엄청났었고,
헌법소원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90년대 초반에 일본정부가 재일한국인들의 지문날인을 받겠다 하여
이에 대해 재일한국인들이 일본정부의 부당한 처사에 맞서 싸움을 벌였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재일한국인들의 싸움에 지지와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로 지문정보를 국가가 모조리 갖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한다.
외국에서도 지문정보는 범죄자들에게나 찍게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지문채취와 보관, 활용에 있어서는
개인의 동의와 함께 법률에 근거해야한다고 헌재가 판결했다고 한다. 

그런데, 국가가 보관하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되는 
지문정보를 키즈카페가 채취, 보관,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보관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이렇게 근거없이 채취, 활용하는데 보관이라도 못할 것 없다는 의심이 드는게 사실이다.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못할 것도 없지 않나.

언니한테는 어린이집을 통해 키즈카페로부터 지문정보를 삭제하였음을 공식 확인하는 공문을 받으라고 조언했지만, 그걸로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어린이집 한 곳이 키즈카페에 단체견학 다녀오면
적어도 30~40여명의 주민등록번호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셈이다.
이건 단순히 한두군데의 어린이집 문제가 아니다.

키즈카페에서 '유전자 지문적성검사'라는 것을 지금처럼 계속 하는 이상
우리 아이들의 주민등록번호 그 이상의 개인정보가
아무런 보호장치없이 무차별적으로 떠다니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민감성이 많이 떨어진다.
어린이집 담임과 원장은, "아이들의 주민등록번호 이상의 정보를 유출한 것이다"라는 언니의 항의를 듣고난 후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며 급히 사과했다고 한다.

키즈카페가 고의로 지문과 같은 핵심 개인정보를 채취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고의성 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모르고 하는 것이 범죄로 변할 수도, 혹은 범죄에 노출시키는 방관의 역할로 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검색사이트에서 찾아보니,
키즈카페가 무료로 지문 적성검사를 해준다는 것에만 흥미를 느끼는 엄마들의 글만 몇개 올라와있을 뿐이었다. 아이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은 생각지 못한 채 말이다.

어린이집도, 학부모들도 이렇게 불감증을 가지게 된 것은, 
CCTV로 대변되는 일상적 프라이버시 침해와,
지문날인, 혹은 PD수첩 작가들에 대한 경찰의 이메일도청이나 전교조 표적수사 등으로 대변되는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 침해 등 
우리 사회 이곳저곳에 널린 인권침해현실에 의한 것과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과도한 연상일까?

한번쯤 그 정보들을 다른 이들이 마음대로 들여다보는 상상만 할 수 있어도
이런 일들이 그냥 막 일어나지는 않을텐데...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한편으로는 무서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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