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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과 생각의 찌끄레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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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므라즈'에 해당되는 글 1

  1. 2008.10.14 나의 첫 번째 결혼기념일, ...CD,소통,그리고 부모될 준비..
어제, 2008년 10월 13일. 
결혼한지 꼭 1년이 되었다.

30평생 한번도 보지 못했던 사람과 한 집에서 마음을 맞추고 살아간다는 것
어쩌면 신기한 일이기도 하고 대단한 일이기도 한 것 같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임은 당연하고.

우리 둘 모두를 아는 한 언니의 소개와 450일의 연애로 작년 어제 결혼식을 올렸던 우리는
어느덧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결혼1주년을 기념해 일본으로 여행가자고 시작했던 적금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미친듯한 고환율과 경제, 거기에 겹친 가계경제상황에 일본여행은 일치감치 포기했고,
10월엔 내가 일하는 단체 사정으로, 11월중순까진 그가 일하는 단체 사정으로
장거리여행은 11월중순 이후로 일치감치 미뤄놓았다.

어제 저녁.
일을 마친 우리는 광화문의 한 서점에서 만났다. 
그리고 각자 듣고 소장하고 싶은 CD를 골라 서로에게 선물해주었다.

꽃집 아들로서 결혼전에는 아버지 덕택에 꽃바구니를 종종 내게 선물했지만,
자기 돈으로는 사본적이 없는 꽃 한송이를 거금3천원을 들여 사들고 온 그는,
나에게 퓨전국악그룹 <그림(The林)>의 첫번째 앨범 "판프로젝트Ⅱ"를 선물했다.

지난 주말 편지를 써야지 마음먹었지만 드라마 볼 시간 내느라 그 결심을 까먹었던 나는,
그에게 <Jason Mraz>의 "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를 선물했다.

우리가 함께 맞았던 2008년 새해, 우리는 종로의 한 서점에서 서로에게 책을 선물했었다.
그리고 우리의 첫번째 결혼기념일, 우리는 서로에게 음악을 선물했다.
물론... 어떤 음악들은 mp3로 다운받을 수야 있겠지만,
CD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이젠 흔치 않은 일이 되었고,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받는다는 것은 더 의미있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우린 앞으로 새해에는 책을, 결혼기념일에는 CD를 선물하자고,
우리만의 기념방식을 그렇게 만들기로 했다.

심사숙고끝에 고른 CD를 가지고
사무실 친구가 소개해준 두르가에서 저녁먹기에 앞서
카드 한장에 한면씩 서로에게 줄 글들을 나눠 쓰고 선물을 전달했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며 결혼2주년까지 무엇을 할 것인가 함께 얘기했다.
각자가 넣어놓은 각자의 펀드는 알아서 하기로 하고~ㅋㅋ

2세 계획을 얘기했다.
그는 서른 다섯. 적은 나이는 아니므로 처음부터 그는 빨리 아이를 갖자고 했다.
나 역시 적은 나이는 아니며, 아이도 좋아하므로 갖긴 할 것이다.
우리의 애초 계획은 1년 신혼생활 이후 아이를 갖자고 했었다. 

몇달전쯤이었던가.
나는 아이를 가질 준비가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었다.
아이는 정말 소중한 존재이고 아이를 키움으로써 얻는 행복은 어디에도 비할바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아이를 위주로 나의 모든 시간과 삶이 재편되는 것을, 사실 난 원치 않았다.
시간의 재편은 어쩔 수 없으리란 걸 알면서도.
아니, 이미 예상되는 일이므로, 그렇다면 좀 더 미룰 수 없을까 생각했었다.

최근에는 더 넓혀서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시간과 삶의 재편이 어찌 나만의 것이랴.
문제는 우리가 부모될 준비가 되었느냐 아니냐라고 생각했다. 나 말고 우리.

그에게 물었다.
부모될 준비가 되었느냐고. 아이는 홀로 크지 않는다고.
우리가 처음부터 부모될 준비를 다 갖추고 아이를 가질 수는 없지만,
내가 말하는 부모될 준비라는 것은 돈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라고.
당신의 시간을 내놓을 수 있냐고.
그는 언뜻 지나가듯 "애들은 알아서 잘 크던데.."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렇게 잘 알아서 크는 것처럼 보였던 아이들의 육아에 남자들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겠지만, 여자들이 대부분 키웠기에 '잘 알아서 크는 것처럼' 보였을 뿐임을 말해주었다.

친정엄마도, 시어머니도,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을 뿐 아니라, 맡기지 않으려고 하기에
적어도 부모 품에서 온전히 커야할 1년의 시간을 그와 내가 함께 책임져야함을 얘기했다. 
일을 포기하고 아이를 키울 결심을 한다는 것은 내 몫이 아니라 둘 다의 몫임을.
6개월의 육아휴직을 서로 엇갈려 가질 결심조차 하지 못한다면
자기 시간의 재편을 기꺼이 다짐하지 못한다면
아이를 가질 수는 없는 일이라고.
자기 일을 포기하기 싫은 것처럼 나 역시 마찬가지인 것을 되돌려 생각해보라고 했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저녁마다 누가 어린이집에 데리러 갈 것인지 일주일치를 미리 스케줄을 공유하는 일은 그 다음에 가능한 일임을 얘기했다.

물론, 그에겐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 역시 쉽지 않다. 특히 난 혹 이런 충분한 의논과 소통의 시간 없이 나중에 아이와 남편을 원망하며 살아가고 싶진 않다. 그건 나에게도, 그에게도, 아직은 없지만 미래에 생길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모두 안좋은 영향만 끼칠 뿐이기에.

그렇게 짧지만 짧지 않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의 첫번째 결혼기념일은 이렇게 보냈다.
언젠가는 함께 나눠야지 생각했던 얘기들... 우리의 결혼생활에서 당장 일어날 미래를 고민하고 의논했다.

우리는 아직 아이를 언제 가질 지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 결심을, 부모될 준비가 되었을 때 가지기로 했다. 
무심해보이지만 무심하지 않은 남편의 고민하는 모습을 몇달간 더 지켜보게 되리라.
그리고, 그때는 그리 멀지 않으리라.

내년 이맘때, 우리의 결혼2주년은 어떤 모습일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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