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내 마음과 생각의 찌끄레기들~
조이~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내년부터 3,4세 무상보육을 단계적으로 확대실시한단다.
작년말 2세 이하 무상보육 실시 정책에 따라, 보육정책에 3,4세는 왜 소외되냐고 많은 사람들이 항의한 끝에 나온 정책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보육은 의무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그게 맞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를 개선하지 않은채 돈만 지원한다고 뭐가 달라지는걸까?
만0세~만5세까지의 아이들에 대한 무상보육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2012년부터 만2세 이하 무상보육정책이 발표되자마자, 우리 딸을 보내고 있는 어린이집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그 정책은 직장맘들에게는 불리한거예요"

현실적으로 직장맘들은 아이들을 맡기는게 쉽지 않다.
나의 경우만 보더라도, 처음에 애를 맡길 어린이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여간한 일이 아니었다. 
전화상담이나 면접상담을 할 때마다 많은 어린이집 원장들이 하는 말은, "저희 어린이집에는 대부분 저녁6시 되기전에 아이들이 집에 가요"

파트타임이나 프리랜서가 아니고서야 저녁6시에 찾을 수 있는 일하는 엄마들은 거의 없다.
물론 이들이 저녁6시 이후에는 맡아줄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아니지만, 엄마된 입장에서는 한시간이 넘도록 친구 하나 없이 혼자 어린이집에 있게 한다는 것이(물론 선생님이 봐주겠지만), 썩 내키지 않는 일이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직장맘 아이들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떠도는 말이다.
대놓고 직장맘 아이들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까지 전해들었다.

이제까지도 소득을 기준으로 지원하는 바람에, 많은 어린이집들이 전업주부 자녀들의 시간대에 맞춰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상으로는 12시간 보육제가 기본 원칙이지만, 그렇게 운영되는 어린이집은 눈씻고 찾아봐도 잘 없다. 아침 일찍 맡기고 저녁 늦게 찾으려면 눈치부터 보이고 매순간 마음졸여야하는게 직장맘들의 비애다.
이건 그냥 개별 어린이집 교사들의 문제다, 라고 치부해버릴 수는 없는 일인듯 하다.

사실 보육정책이라는 것이, 여성들의 노동과 사회참여에서부터 비롯된 요구이다.
그 요구가 보육의 공공화라는 정책이 되었고, 어린이집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된 배경이 있다. 그러나 실상 직장맘들이 매일, 매순간 초조해하고 눈치봐야하는 현실이라니... 너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이런 현실에 대한 대책과 보완이 없이, 만5세이하의 무상보육의 전면 실시가 누구에게 어떤 효과를 가져다줄지 모르겠다.
물론 동네 애기엄마들을 보면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이긴 하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아 지원을 받지 못하던 가구에서는 이제 보내볼까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아이들은 국가에서 키워주는게 맞다는 관점에서 보면 무상보육의 실시는 당연한 얘기이지만,
여성들의 노동과 사회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관점에서 보면 썩 달갑지만은 않은 정책이다.
원래 두가지가 충돌하는 문제는 물론 아니라고 본다.
정책을 실시하는 순서에 있어서 잘못된 점이 두가지를 충돌시키는 것이 아닐까?

단순하게 지원을 늘리는 식으로는 보육의 질 또한 개선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어린이집을 둘러싼 가장 큰 고민은 보육의 질, 안정성의 문제이다.
현재 상태에서 보육지원료를 늘려서 국가가 키워준다고 아무리 홍보해도, 결국 모든 어린이집이 내 아이를 믿고 맡길만큼 안전하고 좋다는 확신이 안들면 무슨 소용인가?!

CCTV가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효과가 있었다면 CCTV에 문제교사들의 행동이 왜 찍혔겠는가? CCTV가 있는 어린이집에서 문제가 일어나는건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CCTV만 달겠다고, 엉뚱한 데 돈 쓰고선
선거를 앞두고 일단 체감온도가 높은 직접지원을 늘리는 식은, 보육의 질 향상에도, 여성들의 사회참여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더 필요한 정책, 실질적인 정책은 뭘까?!
믿고 맡길만한 국공립 보육시설을 늘린다든지,
보육교사 인성 검증 시스템을 비롯해 보육교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높이면서 보육교사 인건비를 늘린다든지, 
각종 보육시설에 대한 운영시스템을 더 꼼꼼하게 정비한다든지(서류놀이 말고)... 하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들이 지금은 더 필요하지 않을까?!

무턱대고 막 지르는 식의 보육정책이 아니라,
지금 집중해야할 곳이 어디인가를 정확히 분석하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한다.
유난히 바빴던 오늘 아침, 멀리 사는 언니로부터 급히 전화가 왔다.
"한 5분 정도 통화 가능해?"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무슨 일인데? 무슨 일 있어?"
"어린이집에서 정말 말도 안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어서 너랑 의논 좀 하려구~"

얘기인즉슨,
7살짜리 조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어제 단체로 키즈카페를 다녀왔단다. 
문제는, 그 키즈카페에서 지문을 통한 적성검사를 했다는 것이다
아이가 가져온 알림장에는 지문 적성검사의 결과지와, 좀더 자세한 내용을 상담하고 싶은 부모들은 연락하라는 내용의 알림이 있었단다.

사전에 전혀 공지없이 키즈카페에 가서 아이들의 지문을 찍어댄 것에
언니는 참을 수 없이 화가 나, 어린이집 담임을 찾아가 항의했지만,
이 문제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돼서 나에게 연락해온 것이었다.

지문을 찍는다는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냥 아이들이 미술시간에 곧잘 하는 손도장 찍기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지문은 개인이 가진 고유한 것인만큼, 그 자체로 가장 핵심적인 개인정보 중의 하나이다.

오죽하면 지난 1999년 새주민등록제도가 도입되면서
국가가 개인의 지문정보를 취득하는 것과 관련해 인권과 프라이버시 침해논란이 크게 일었겠는가.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발이 엄청났었고,
헌법소원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90년대 초반에 일본정부가 재일한국인들의 지문날인을 받겠다 하여
이에 대해 재일한국인들이 일본정부의 부당한 처사에 맞서 싸움을 벌였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재일한국인들의 싸움에 지지와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로 지문정보를 국가가 모조리 갖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한다.
외국에서도 지문정보는 범죄자들에게나 찍게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지문채취와 보관, 활용에 있어서는
개인의 동의와 함께 법률에 근거해야한다고 헌재가 판결했다고 한다. 

그런데, 국가가 보관하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되는 
지문정보를 키즈카페가 채취, 보관,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보관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이렇게 근거없이 채취, 활용하는데 보관이라도 못할 것 없다는 의심이 드는게 사실이다.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못할 것도 없지 않나.

언니한테는 어린이집을 통해 키즈카페로부터 지문정보를 삭제하였음을 공식 확인하는 공문을 받으라고 조언했지만, 그걸로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어린이집 한 곳이 키즈카페에 단체견학 다녀오면
적어도 30~40여명의 주민등록번호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셈이다.
이건 단순히 한두군데의 어린이집 문제가 아니다.

키즈카페에서 '유전자 지문적성검사'라는 것을 지금처럼 계속 하는 이상
우리 아이들의 주민등록번호 그 이상의 개인정보가
아무런 보호장치없이 무차별적으로 떠다니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민감성이 많이 떨어진다.
어린이집 담임과 원장은, "아이들의 주민등록번호 이상의 정보를 유출한 것이다"라는 언니의 항의를 듣고난 후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며 급히 사과했다고 한다.

키즈카페가 고의로 지문과 같은 핵심 개인정보를 채취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고의성 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모르고 하는 것이 범죄로 변할 수도, 혹은 범죄에 노출시키는 방관의 역할로 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검색사이트에서 찾아보니,
키즈카페가 무료로 지문 적성검사를 해준다는 것에만 흥미를 느끼는 엄마들의 글만 몇개 올라와있을 뿐이었다. 아이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은 생각지 못한 채 말이다.

어린이집도, 학부모들도 이렇게 불감증을 가지게 된 것은, 
CCTV로 대변되는 일상적 프라이버시 침해와,
지문날인, 혹은 PD수첩 작가들에 대한 경찰의 이메일도청이나 전교조 표적수사 등으로 대변되는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 침해 등 
우리 사회 이곳저곳에 널린 인권침해현실에 의한 것과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과도한 연상일까?

한번쯤 그 정보들을 다른 이들이 마음대로 들여다보는 상상만 할 수 있어도
이런 일들이 그냥 막 일어나지는 않을텐데...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한편으로는 무서운 마음이 든다.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