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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과 생각의 찌끄레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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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6 갑작스런 유산.. 나에게 남은 것은- 2
지난 주 수요일, 두번째로 찾아간 산부인과.
갑작스레 찾아온 임신소식처럼 유산은 또 다시 갑작스러웠다.
애기집은 있었지만, 아기의 심장은 더 이상 관찰되지 않았다. 
그  소식을 전해주던 의사의 안타까운 목소리를 뒤로 하며 1시간여를 그렇게 울었다.

계류유산.
이름만 들어봤던 것이 나에게도 왔다.
의사는, 나의 유산이 자궁내 환경의 문제라기 보다는 아기(수정란) 그 자체가 유전적 결함에 의해서 자연도태되듯이 유산된 경우라고 했다.
하혈을 하거나 아파서 유산사실을 알게 된 것이 아니어서, 
의사의 말처럼 다른 외부적 요인 때문이 아닌데다
아기는 이제 겨우 5~6주에 불과해 아직 정이 많이 들지 않아서였는지
정신적 아픔이 많거나 하진 않았다.

유산사실을 알게된 다음날 수술을 하고 아픈 배를 움켜쥐고 집에 돌아와
시어머니가 끓여주시는 미역국을 먹었다.
시어머니가 너무 고마웠지만, 그래도 친정식구들이 멀리(부산) 있어 이럴 때 못보는건 참 아쉽고 서운한 일이었다. 친정엄마도 항암치료 후 회복기간이셔서 아무리 KTX라도 장시간 여행은 불가하니 하루에 2~3번씩 전화통화를 할밖에 다른 수가 없었다.

여성단체 활동을 한다는 것이 새삼 고마운 시기였다.
나의 유산소식을 알게 된 사무실 식구들은 나의 모든 일을 다시 정리해 각자 나눠가졌고,
나에게 열흘의 휴가를 통보(!)했다.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말고 집에서 푹~쉬라고.
오늘까지가 마지막 휴가이다.
휴가기간동안 푹 쉬긴 했지만 책이라도 좀 읽어둘껄...하는 아쉬움과 후회는 왜 꼭 마지막에 절실해지는걸까...ㅋㅋ

입덧은 수술 이틀 후 정도부터는 완전히 없어졌다. 흔적도 없이.
이제 한 2달 정도는 피임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내일은 병원에 다시 가서 수술 이후 깨끗하게 완치되었는지 초음파검사를 할 예정이다.

갑작스레 다가왔다가 부모될 준비를 시작하려는 찰나 떠난 애기.
아마 그 아이는 우리 부부에게 부모가 된다는게 뭔지 사색하고 마음의 준비를 시작하라고 우리에게 알려주려고 왔다간 모양이다.
그 아이로선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부부는 생명의 소중함과 '부모'라는 이름으로 시작될 우리의 또 다른 정체성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된 셈이니까.

이제 두 달 이후, 정확히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건강하고 야무진 애기가 곧 찾아오겠지.
내년에 아기를 가질거라고 계획은 했지만,
이제 그 계획이 바램이 되고 있다. 더 소중하고 조심스러운 바램.
곧 찾아올 우리의 아기를 생각하며,
혼자 슬며시 지어보는 미소로 나의 유산 휴가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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