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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과 생각의 찌끄레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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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에 해당되는 글 1

  1. 2008.09.20 명절, 차례... 꼭 시댁에서 보내야하는건 아니지 않아?! 2
다음달이면 결혼 1주년이 되니 아직은 신혼.
결혼한 이후 2번의 명절을 보냈다.

명절은 나에게 무척이나 불편한 시간이다.
왜?! 명절에 내가 30여년동안 나고 자란 가족들이 아닌
이제 알게된지 3년도 채 되지 않는 가족들과 보내야한단 말인가?!

물론 연휴기간에 시집도 가고 친정도 당연히 갔다.
하지만 명절 당일 아침에는 시댁에서 차례를 지냈다.
나 뿐만 아닌거 알고 있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남자쪽 집안에서 명절을 지내니까.

당연한거 아니냐고?
상당한 시간동안 그래왔다는 이유로 그것이 '당연한 것'이 될 수는 없다.
동등한 인격체가 만나 결혼을 했고, 명절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가족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자리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가족'은 '남자쪽 가족'만, '조상'도 '남자쪽 조상'만 해당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기에 끊을래야 끊기 어려운 악순환과 딜레마가 있다.
남편은 1명의 여동생이 있다.
여동생은 이미 결혼을 했고, 명절마다 그녀의 시집에 간다.
고로, 남편네 집에서 부모님과 명절을 지낼 사람은 남편밖에 없다.
나는 언니와 오빠가 1명씩 있다.
둘 다 결혼을 했고, 언니 역시 명절마다 그녀의 시집에 간다.
오빠는 나의 친정에서 명절을 우리 부모님과 함께 지낸다.
즉, 명절기간 나의 시집에는 남편이 남고, 나의 친정에는 오빠가 남으므로
결국 남편네 집에 가게 되는 것이다. 

부모님이 이유가 되지만, 결국 이런 이유로 결혼한 딸은(특히 남편이 외동아들인 경우에는 더더욱) 당췌 친정에서 명절 아침을 지내는 선택을 하기란 하늘에 별따기가 된다.
모진 년이 되지 않는 이상, 이런 주장('친정에서 명절을')을 하기 어려워지는거다.

나는 결혼하고 명절을 맞으면서 이런 얘기를 남편에게 했다.
명절아침을 시집에서 보내는 것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하지만, 내가 명절을 두고 이런 의문과 불만이 항상 끊임없이 드는 것과는 달리,
남편은 아무래도 자기집이다보니 순간순간 당연한 것으로 느낄 때가 많아 보인다, 아직은.

그래서 다음 명절에는 어느 집에 가서 차례를 지낼지 의논하자고 남편에게 말했다.
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는 말도, 싫다는 말도.
아마도 그는 한편으로는 갈등하고 있으리라. 이성적으로 내 요구가 틀린 것이 아니지만, 관습과 상황상 그걸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일단 당장 닥친 문제는 아니니까 그때 가서 다시 고민해보거나 (나를) 설득해봐야지 생각하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누군가 다부지게 맘 먹고 깨지 않는 한,
쉽게 바뀌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부모님이 좀 쓸쓸한 명절 아침을 맞는다 하더라도,
사실 그건, 딸만 가진 부모들은 다 맞고 있는 명절 아침인거다.
시부모님이 다른 친척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싶어 고민되신다 하더라도,
그런 시선 때문에 바꾸고 개선해야할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는거다. 

다음 명절에는 좀 모진 년이 돼야겠다.
당연한 듯 보이지만 결코 당연하지 않은 일에 대해
변화를 얘기하지만 잘 변화되지 않는,
갇힌 웅덩이에 물꼬를 좀 터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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