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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15 울릉도 여행기4. 그곳에서 진짜 울릉도를 만나다..!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날.
아쉬운만큼 더 많은 시간을 울릉도와 함께 하고 싶었다.

새벽4시30분. 눈을 떠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도동항 좌측 해안을 따라 나있는 행남산책로.
아직 어둡지만 노란색 가로등 불빛에 비춰지는 험한 바위와
어둠속에서도 하얗게 일어나는 파도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산책로라고 하기엔 계단이나 오르막이 좀 있긴 했다.

일출을 보기 위해 행남등대에 올랐다.
날은 곧 밝았지만, 아.. 연무가 너무 짙어 일출은 보기 힘들었다. 
새벽부터 설친 덕에 색다른 맛이 있긴 했지만, 일출을 못본건 역시나 아쉬웠다.


다시 내려오는 길에 대나무가 우거진 샛길이 있어 그쪽으로 내려와봤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대나무가 동굴을 이루고 있는 듯했다.
행남등대로 오르내리는 산길입구(이동화장실 앞)에서 사람들이 주로 가는 길이 아닌 대나무 사이로 나있는 조그만 길로 가보길 강추~!

다시 행남산책로 쪽으로 내려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해가 연무 위로 떠올랐다.
밤바다에 비친 달빛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면,
아침바다에 비친 떠오르는 햇빛은 뭔가 저 마음 깊은 속에 잠자고 있던 뜨거움을 조금씩 불러일으킨다고 할까...

산책을 마치고 다시 서둘러 짐을 챙겼다.
아침 7시. 전날 숙소 주인아주머니가 불러놓은 택시(지프)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위에서 보면 8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88도로라고 부르는 길을 지나 도착한 곳은
성인봉 올라가는 길.
왠지 울릉도에 와서 성인봉을 가보지 않으면 정말 울릉도의 제맛을 모르고 가는게 아닐까 싶은 마음에 택한 마지막 코스.


성인봉까지는 3.8km. 해발 980여m.
거리상으로는 그렇게 멀지 않지만,
나름대로 가파랐다.

그 어느 산이 똑같으랴마는,
성인봉 역시
자기만의 색깔이 있었다.
뭐라 형언하긴 어렵지만..
 
성인봉엔 다양한 계절이 있었다.
입구에서는 여름이었지만,
올라가다보니 마치 가을같은...
그러다 어느 곳에서부터는 겨울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중턱쯤 올라가니까
성인봉 1.5km를 앞두고
이정표 밑에 누군가 써놓은 글씨가 나타났다.



4월 5일에 눈이 많이와 등산로가 폐쇄됐었단다.
무지막지하게 이어져있는 계단과 북쪽 등산로 중에 다시 개방된 듯한 북쪽 등산로를 선택~!
하지만 결국 중간에 돌아돌아 눈밭을 헤치면서 갈 수밖에 없었다.


4명이서 겨우 물 두병만 들고 쫄쫄 굶으면서 올라갔던 우리는 완전 헝그리상태~
헉헉대며 올라가다 여러 등산객들을 만나면서 딸기도 얻어 먹고 달걀에 빵에~어찌어찌 견뎌낼만큼 얻어먹었다. 암~인복을 쌓았던게야^^;


드디어 정상에 도착~!
출발한지 2시간 30분만이다.

성인봉에 오르지 않았으면
울릉도의 본모습을 알 수 있었을까?!
잎은 비록 아직 하나도 나지 않았지만 원시림의 모습 그대로였던 울릉도의 군목들은
나를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듯 환상적이었다.

산의 모양이 성스럽다고 해서 성인봉이라고 한다는데,
이곳에 오르는 과정에서 배우고 깨달으며 그곳에 서서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성인(聖人)이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일행들은 모두
성인봉을 오르지 않고
울릉도를 왔다 말하지 말라며
벅찬 감동과 태고의 신비함을 간직한 채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도 만만치는 않았지만, 제일 힘들었던건 물이 없었다는 사실.
성인봉은 특이하게도 물이 없는 산이다. 중간에 계곡물이 조금씩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겨울에는 눈과 얼음으로 물을 구할 수 없었다.

이미 가지고 가버린 물에다 얻은 물까지 바닥이 나버린 우리는 결국
자연에 몸을(?) 맡겼다.
쌓여있던 눈의 겉면을 헤쳐 사람이 밟지 않은 부분의 눈을 먹기로 한 것.

아직도 살짝 얼어있는
하얀 눈을 먹는 순간...!

우와~!
세상에 이런 맛이 있을까?!!

목이 타들어가는듯 하던 갈증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세상에 태어나
한번도 맛본적 없던
최고의 천연 아이스크림을
맛본 것이다.
중독성도 완전 강해 내려오는 길에 쌓여있는 눈의 깨끗한 부분만 보이면 열심히 먹어댔다~ㅋㅋ

기회가 닿는 분들은 꼭 한번 먹어볼 것을 강추~!
물론 깨끗한 곳에서만 가능하겠지만^^;

정상으로부터 1시간30분만에 내려왔다.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이 1시간이나 차이가 났으니 그만큼 경사가 있었던게지..

그렇게 성인봉 등반을 마치고
다시 편도1만원짜리 콜택시를 불러 숙소까지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에 택시기사님이 88도로에 잠시 세워주셨다. 
흐드러지게 펴있는 벚꽃앞에 잠시 내려 사진을 찍어주는 센스를 발휘~!

숙소 앞에서 목욕탕에 들러 깨끗하게 씻고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점심을 먹으러 이번엔 다른 식당에 들렀다.
산호모텔 주인아주머니가 추천해준 홍천뚝배기라는 집에서 시킨 메뉴는 산채비빔밥.
그전날 먹었던 해운식당보다는 이집이 좀 더 나은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나니 이제 떠나갈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여행을 왔는데, 떠나기 전에 선물을 사야지.
남편이 노래불렀던 피데기(반건조오징어)에다 미역취나물, 호박엿을 샀다.
맛나게 먹었던 명이나물(산마늘)절임은,
산호모텔 주인아주머니의 추천에 따라 가정집에서 파는 걸루다가 샀다.
일반 가게에서 파는건 공장에서 만드는건데 국물을 많이 넣어 600그램 정도에 1만원.
가정집에서 파는걸로 우리가 산건 국물은 조금만 있고 나물절임을 주로 해서 7~800그램 정도에 만오천원이었다.


3시는 금새 다가왔다.
이제 울릉도를 떠나야하는구나. 

여행이 끝나가는 것은 언제나 아쉬운 일이지만,
이번엔 아쉬운 마음보다는 행복한 느낌이 더 많이 남았다.
아마 성인봉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2% 부족한 느낌으로 남아있었으리라.

울릉도, 그리고 독도로의 여행.
"쉼표(,) 그녀들에게 말을 걸다-내 마음의 쉼표를 찾아 떠나는 여행"
우리 여행의 제목에 맞게
울릉도와 독도는 내 마음 속에 있는 쉼표를 꺼내 주었다.

한번의 여행이 어찌 모든 쉼표를 찾아주겠는가.
그러나 나에게 이번 여행이 나에게 안겨준 의미와 뿌듯함, 그 느낌을
조금은 더 오래 간직하고 싶다.
단지 여행의 추억으로가 아니라,
내 일상과 활동에서의 여유와 그만큼의 뜨거워지는 열정으로...!

다시 한 번 울릉도 성인봉에서 발끝까지 온몸으로 들이마셨던 공기를 기억해본다.


- 나의 울릉도 여행기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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