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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과 생각의 찌끄레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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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에 해당되는 글 1

  1. 2008.09.20 남쪽으로 튄 우에하라를 응원하다!
참,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책이라고해야 이론서들만 깔짝였었는데..

얼마전 한번씩 책지름신이 강림해주시는 울짝꿍이 책을 여러권 사왔다.
그 중에 내 눈에 띈 책,
우락부락하고 원색적인 일러스트로 장식된 책의 이름은 <남쪽으로 튀어!>

뭐.. 소설쯤 읽어주는거도 괜찮겠다 싶어
책주인의 구박을 받으며 내가 먼저 개봉했다.
그런데..헉! 개봉과 동시에 광속도로 나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옛 일본 과격파 운동권 출신의 "세금따윈 낼수없어!" "국민의 의무를 강요하는거라면 난 국민이길 포기하겠다"고 옆집앞집시선따윈 전혀 개의치않고 밤낮으로 큰소리를 빽빽대는 아빠 이치로,
겉으론 보통의 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뭔가 심상치 않은 과거를 가지고 있는 엄마 사쿠라,
평범한 아버지를 애타게 부르짖지만 결코 그 꿈이 이뤄지기엔 쉽지 않아보이는, 뭔일이든 걱정이 앞서는 열두살 짜리 지로,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온갖가지 일화들과 관계들...

오쿠다 히데오는 어느 인터뷰에서 학생운동을 했던 이들이 그때의 시선으로 계속 순수하게 살아간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며 우에하라 이치로를 그렸다고 했다.

소설 속의 우에하라 이치로는 관을 적으로 여기고, 누군가 얘기할라치면 논리를 전개해보라 윽박지르고, 자식들에게도 설명보다는 자기가 정한 원칙만을 들이대기도 하고, 타협과 배려보다는 냉소와 자기주장만 너무 꼿꼿이 내세우곤 한다.

아마 이런 모습은 일본의 옛 과격하고 경직됐던 운동권들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지 않을까, 읽는 동안 그런 생각을 했다.
물론, 이건 일본 운동권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겠지만^^;

하지만 작가가 원했던 '순수'의 모습은 소설 전체에, 그리고 특히 후반부에 그들이 자신만의 이상향을 찾아 떠난 그 곳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도시 아닌데서 산다는건 생각도 못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까 상당히 좋아. 아마 아침 일찍 일어나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게 인간의 본질인가 봐.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하는 것들이 있어... 평등은 어느 선량한 권력자가 어느 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민중이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어렵사리 쟁취해낸 것이지.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앟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아버지는 그 중 한사람이야..

작가가 이치로의 입을 통해 비판하고 있는
국가주의,전체주의 교육의 억압, 시민운동의 문제과 한계, 자본의 착취 같은 것을 굳이 함께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한 구절로서도 나는 어느새 허점투성이 우에하라 집안 전체를 응원하고 있는 이유로 충분해졌다. 

끝까지 저항해야 서서히 변한다는, 그 변화는 어느 누구도 대신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이 구절을 읽으며 이건...
지난 몇달간 들었던 수백만개의 촛불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촛불의 홍수가 지나간 뒤 더 퍽퍽해진 이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가고 있는 일상의 촛불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하는.


나를 자신의 문장세계에 한 열흘을 푹 잠기게 만들었던
그래서 그의 소설 4개를 줄줄이 읽게 만들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꼭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남쪽으로 튀어 1 상세보기


* 덧붙여, 내가 읽었던 나머지 책들,
<공중그네>, <인더풀>, <면장선거> 모두 인상깊고 재미있었지만
이왕이면 공중그네만 읽는게 나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소설에서도 속편은 점점 재기가 빛을 잃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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